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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에게 부치는 사백예순세 번째 편지 - 반 건조 오징어 -

엄마에게 부치는 편지

by 푸른안개숲 2025. 4. 7. 2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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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우리 예전에 옥상에다가 오징어 말린 적이 있잖아.

 

말리지 않게 뒤집어 가며, 펴가며

요리조리 잘 말렸잖아.

 

사실 내가 한 건 없고 엄마가 다 했지.

내가 한 건 엄마 옆에서 쪼그리고 앉아 

엄마를 하염없이 바라본 것밖에 없네.

 

엄마가 오징어를 말리기 위해 올라갔을 때

엄마 옷자락을 잡고 따라 올라가고

엄마가 오징어를 하나하나 대에다가 펴서 말릴 때

엄마 그림자를 밟으며 좇고

엄마가 널어놓은 오징어를 감상할 때

팔에 대롱대롱 매달려 보고

 

반건조가 되어 구워 먹은 그때의 오징어의 식감은 잊을 수가 없어.

세상 말랑말랑한 식감은 정말 너무 좋았어.

그리고 너무너무 맛있었어.

여태껏 그때의 오징어 맛을 이긴 오징어가 없네.

 

하지만 그게 처음이자 마지막이었지.

그때 한 번 말리고는 더 이상 말린 적인 없는 오징어였잖아.

 

때 되면 계속 올라와서 뒤집고 뒤집고 펴고 펴고 하는 게 힘들어서였을까?

처음이자 마지막인걸 떠나서, 

그때 나도 손을 보탤 수 있었더라면 엄마가 수월했겠지?

엄마가 조금은 힘들지 않았을 텐데 말이야.

 

맛있는 추억. (출처: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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