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드라마는 드라마 제목에 성실하게 등장인물들이 '(실제 나이)이지만 (멈춘 나이)입니다'에 충실합니다.
순차적으로 소개를 하겠지만,
이번 회에 '(실제 나이)이지만 (멈춘 나이)입니다'는 김형태(윤선우 분)입니다.
13년 전에 시간이 멈춘 사람은 우서리(신혜선 분)와 공우진(양세종 분)뿐만 아니라 김형태도 마찬가지입니다.
장기 입원자인 우서리를 자신의 근무지로 데리고 오기 위해, 그리고 사라진 우서리를 찾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김형태도 짠한 사람..
한편 공우진은 우서리와의 한 달 동거가 영 탐탁지 않습니다.
애정의 대상인 팽/덕구는 우서리와 꽁냥꽁냥이고, 자신의 집을 제 맘대로 전 주인 행세하며 치우라고 치우라고 해도 화분을 명당자리라며 계속 두죠.
나쁜 의도는 아니지만 자신의 애정 대상이 다른, 그것도 그다지 좋지 않은 대상에게 쏠린다면 기분이 좋지 않은 건 당연하겠죠.
또 역시나 나쁜 의도는 아니지만 전 주인이 자신의 소유에 대해 아는 척하며 은근 고집을 피운다면 역시 기분이 좋지 않은 건 당연하겠죠.
하지만 재미있게도 걸리적거리는 위치에 놓인 화분에 대해 치우라고 말을 하는 공우진이었지만 (그래도 절대 치우지 않는 우서리의 고집이란..) 본인이 치우지는 않습니다. 치우지 않기는커녕 어느새 자신이 비켜 가게 되지요. 그 자리에 놓인 것이 당연하듯이 말입니다. 그리고는 건강해진 화분을 보며 웃기까지 합니다.
공우진에게 있어 우서리의 존재도 화분 같은 존재 아닐까요?
그 자리에 있는 게 엄청 거슬리는 그런 존재지만, 어느새 그 존재가 당연해지고 마지막에는 미소 짓게 되는 그런 화분 같은 존재 말입니다.
하지만 공우진에게 지금 단계의 우서리는 엄청 거슬리는 존재입니다.
왜냐하면 공우진이 꽁꽁 닫아둔 마음의 상처에 너무나 쉽게 똑똑 문을 두드리는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유찬(안효섭 분)의 친구인 동해범(이도현 분), 한덕수(조현식 분)가 일할 때마다 방해를 해도 화를 삭이며 꾹 참는 공우진이지만 독일에 왜 갔냐는 우서리의 질문에 벌컥 화를 냅니다.
그리고 외삼촌의 그림자를 좇아 위험하게 도로를 달리는 우서리는 공우진의 트라우마를 제대로 건듭니다. 그리고 그런 우서리를 공우진은 매달리듯 잡습니다.
"가지 마.. 가지 마."
이 세 마디의 짧은 말은,
13년 전에 하고 싶었던 말이 아닐까요? 13년 동안 하고 싶었던 말이 아닐까요?
공우진의 상처를 너무나 잘 보여주는 장면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그리고 이번 회에서 짠한 장면은 구직 활동의 우서리였습니다.
구직활동을 하고, 장래를 꿈꾸는 어린 우서리의 모습이 마치 제 모습 같더라고요. 아마 보신 분들도 그렇지 않았을까요?
학창 시절은 미래를 꿈꿉니다. 대학시절은 그 미래를 현실로 만들기 위해 한 단계 한 단계 준비를 하며 희망을 꿈꿉니다.
그런데 취업 활동을 하게 되면서 꿈이 아닌 차가운 현실에 마주하게 됩니다.
'나'라는 나약한 존재를 너무나 냉정하게 느끼게 되지요. 이력서는 아무리 채우려고 해도 부족한 자신이 벌거벗은 채 서 있는 기분으로 만듭니다. 나의 인생을 하얀 종이 위 검은 글씨로 쓰지만 나름 열심히 살았다고 자부한 삶은, 부끄럽지 않게 살았다고 생각한 삶은, 용지 위에서 한없이 겸손해집니다.
그런데다가 서류 탈락, 면접 탈락, 최종 탈락.. 하면 멘탈에 상처가. 하하하..
특히 그게 '경력' 쪽에서는 더 많은 생각이 듭니다.
경력자를 뽑는 곳에는 '어디도 시켜주지 않는데 도대체 어디서 경력을 쌓으라는 말인가!!'라는 생각이,
신입을 뽑는 곳에는 '과거를 지울 순 없지 않은가!!'라는 생각이,
과한 경력이 부담스럽다는 곳에는 '열심히 일했는데! 성실하게 일했는데! 왜 열심히 일한 과거가 문제가 되는 겁니까!!' 하면서 말이죠.
아무튼 취업 전까지는, 취준생은 혹한기에 있습니다.
보통 취업을 준비하는 평균적인 나이의 성인도 겪기 힘든 이 시기를 어린 취준생들도 겪는다고 생각하니 좀 마음이 좋지 않더라고요.
당연히 대학을 가야 한다고 생각을 하진 않습니다. 그런데 앞서 말씀드렸듯이 대학시절은 사회에 나갈 준비를 차근차근하는 시기이기도 합니다. 그런 시기를 뛰어넘고 학창 시절에서 바로 사회에 나가는 어린 나이의 사회인도 많겠지요. 그 사실이 그들보다 조금 어른인 제가 마음이 아프고 안쓰럽더라고요.
물론 한 명의 성인으로서, 사회인으로서 어린 나이에 당당히 자신의 길을 개척하는 건 멋진 일이고 훌륭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응원합니다!!
그리고 아마 제가 나이를 더 먹으면 또 다른 취준생들의 일이 남일 같지 않게 느껴져 마음이 아플 듯합니다.
경력 단절에서 다시 사회로 나가려고 노력하는 분들, 정년퇴직을 했지만 일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환경에 다시 사회로 나가려고 노력하는 분들, 평생 가족을 위해 살다가 사회로 나가려고 노력하는 분들.
그 외에도 많은 분들이 '취직하는' 게 아니라 '취직되기' 위해 지금도 고군분투하시겠지요. 특히 지금 시기에는 더욱 많은 분들이 힘들 거라고 생각합니다. 아무쪼록 힘내시기를 바랍니다. 응원합니다!!
서류 전형에 탈락하더라도, 면접에 탈락하더라도, 최종에 탈락하더라도, 수습에 탈락하더라도, 일하다가 해고당하더라도
열심히 노력했다면 절대 좌절하지 마세요! 지금까지의 인생을 부정당한 것처럼 느끼지 마세요!
당신이 부족한 게 아닙니다. 당신이 못난 게 아닙니다.
다만 그곳과 당신이 맞지 않은 것뿐입니다. 인연이 아니었던 것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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