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엄마의 양념장은 보물처럼 창고에 차곡차곡 쌓여 있잖아.
그리고 주방 찬장과 서랍장에도 양념장이 차곡차곡 쌓여 있고 말이야.
그리고 그런 양념장에 엄마는 곱게 이름을 써 붙여 놓아.
처음에는 나에게 부탁을 했잖아.
엄마 당신께서 글씨가 예쁘지 않다며 나에게 써 달라고 했잖아.
그런데 언제부터였을까?
엄마는 당신께서 쓰시기 시작했지요..
양념장에 나의 글씨보다 엄마의 글씨가 많아지기 시작했고,
이미 많아졌고
역시나 많아.
혹여나 내가 엄마가 써 달라고 했을 때 귀찮아했던 걸까?
나의 귀찮아하는 모습에 엄마는 부탁이 미안해서 스스로 한 건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어.
난 어느 순간 나도 모르게 귀찮아했던 건 아닐까?..
엄마는
항상
언제나
나의 부탁을
그 한 번도 귀찮아한 적이 없었어.
절대로
단 한 번도
항상
언제나
마치 처음 부탁을 듣는 것처럼
그리고 그 부탁을 들어주는 게 당연한 것처럼
엄마는 나의 부탁을
그렇게 받아줘..
그런데 난 아니었던 게 아닐까?
그래서 엄마는 어느새 나에게 부탁하지 않은 게 아니라
못 한 게 아닐까?..
미안해..
미안해 엄마..
엄마가 그렇게 느꼈다면..
그래서 엄마에게 상처를 줬다면..
서운함을 줬다면..
미안해..
정말 미안해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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