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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에게 부치는 쉰두 번째 편지 - 양념장과 이름표 -

엄마에게 부치는 편지

by 푸른안개숲 2024. 2. 21.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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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엄마의 양념장은 보물처럼 창고에 차곡차곡 쌓여 있잖아.

그리고 주방 찬장과 서랍장에도 양념장이 차곡차곡 쌓여 있고 말이야.

 

그리고 그런 양념장에 엄마는 곱게 이름을 써 붙여 놓아.

처음에는 나에게 부탁을 했잖아.

엄마 당신께서 글씨가 예쁘지 않다며 나에게 써 달라고 했잖아.

 

요것조것 양념통, 소스통 등등. (출처: 픽사베이)

 

그런데 언제부터였을까?

엄마는 당신께서 쓰시기 시작했지요..

양념장에 나의 글씨보다 엄마의 글씨가 많아지기 시작했고,

이미 많아졌고

역시나 많아.

 

혹여나 내가 엄마가 써 달라고 했을 때 귀찮아했던 걸까?

나의 귀찮아하는 모습에 엄마는 부탁이 미안해서 스스로 한 건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어.

난 어느 순간 나도 모르게 귀찮아했던 건 아닐까?..

 

이름표. (출처: 픽사베이)

 

엄마는 

항상

언제나

나의 부탁을

그 한 번도 귀찮아한 적이 없었어.

절대로 

단 한 번도

 

항상

언제나

마치 처음 부탁을 듣는 것처럼

그리고 그 부탁을 들어주는 게 당연한 것처럼

엄마는 나의 부탁을

그렇게 받아줘..

 

그런데 난 아니었던 게 아닐까?

그래서 엄마는 어느새 나에게 부탁하지 않은 게 아니라 

못 한 게 아닐까?..

 

미안해..

미안해 엄마..

엄마가 그렇게 느꼈다면..

그래서 엄마에게 상처를 줬다면..

서운함을 줬다면..

미안해..

정말 미안해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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