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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나 홀로 그대 10화

드라마 이야기

by 푸른안개숲 2020. 6. 1. 2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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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어느 우체국에 갔습니다.

살던 곳이 아니라 볼일 때문에 가게 된 곳 근처에 있는 우체국이었는데, 역을 내리자마자 지상으로 나가니 평소에 제가 다니던 곳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의 지상이 펼쳐졌습니다.

상대적으로 어르신들이 많이 있더군요.

우체국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어르신이 가득 계셨습니다. 그와 함께 직원의 목소리도 들리더군요. 우체국 금융 쪽에 어르신이 인터넷뱅킹을 신청하는 듯했습니다. 그런데 인터넷뱅킹을 다른 통장에도 사용했다고 말씀을 하셨지만, 이메일란에 이메일 주소를 써라고 하는데도 전혀 쓰지를 못하고 공인인증서에 대한 것도 전혀 모르셨습니다. 직원의 목소리는 점점 채근하는 목소리로 변하더니 급기야는

 

"어르신, 다음에 다시 오세요. 어르신만 벌써 한 시간째 담당을 해서 다른 고객님들이 너무 많이 밀려있어요."

 

그렇습니다. 어르신의 인터넷뱅킹 신청은 한 시간이나 계속되었던 겁니다.

결국 어르신은 발길을 돌렸습니다.

 

다음 순서로 또 다른 어르신이 창구로 나갔습니다.

이번에도 일이 생겼습니다. 어르신이 남편분의 통장을 들고 와서는 비밀번호도 모르는데 돈을 인출해 달라고 요구했습니다. 당연히 직원의 말은 원리원칙에 맞게 했습니다. 하지만 막무가내 어르신은 그 자리에서 테이블을 주먹으로 내려치며 난동을 부렸습니다. 고함을 지르며 주먹을 내리치면서 말이지요. 전에는 되었다고 이야기에 직원은 그럴 리가 없다고 응수합니다. 결국 몇 분의 난동을 피우고는 그렇게 해도 소용이 없다는 걸 알고 역시나 발길을 돌렸습니다.

 

저는 그 모습을 바라보았습니다.

그리고 어쩌면 몇십 년 후의 내 모습일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지 않으면 좋겠지요. 모든 일에 척척 처리하고, 바로바로 알아듣는 지금의 젊은 나처럼 말입니다.

하지만 서글프게도 나이를 먹고, 나의 나이 먹는 속도에는 전혀 배려 없이 세상이 변하는 속도는 너무 빠릅니다. 그 속도에 아무리 맞추려고 노력을 해도 맞추어지지 않겠지요. 한 해 두 해 그 간격은 더더욱 커질 겁니다.

 

출처: https://pixabay.com

 

첫 번째 어르신을 보면서 생각했습니다.

젊은 시절에는 낯선 환경에 가도 당당했을 겁니다. 낯선 상황에도 재빨리 일을 처리했을 겁니다. 혼자서도 아무렇지 않고 모르는 것도 그 자리에서 이해하는 데에 어려움이 없었을 겁니다.

하지만 늙은 지금은 낯선 환경이 너무나 버거울 겁니다. 낯선 상황에서는 당황할 겁니다. 혼자서는 불안하고 모르는 것은 아무리 이야기를 해 줘도 모를 겁니다.

안타까운 마음과 안쓰러운 마음이 들더군요. 고의적인 상황이 아닌 일에 발생한 기다림은 짜증을 낼 필요도 낼 이유도 없어서 그저 바라보았습니다. 차라리 제가 아는 거라면 도와주고 싶을 정도였습니다. 그저 안타까운 마음과 안쓰러운 마음이 들더군요.

그렇게 되고 싶지 않지만 어쩌면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 몇십 년 후의 먼 내 미래의 모습일지도 모른다는 생각과 함께요.

 

두 번째 어르신을 보면서 생각했습니다.

전과 지금이 뭐가 다른 지도 모릅니다. 아니, 절대 다를 리 없다고 확신할 겁니다. 네, 본인의 기억에는 자신할 겁니다, 분명 자신은 그때 했다고. 하지만 원칙적으로 불가능한 일이었습니다. 그러나 그것도 인지하지 못하는 거겠지요. 본인의 기억에는 자신 있어 하지만 지켜보는 사람은 그 기억에 대해 전혀 신뢰하지 않습니다. 답답한 마음에 우겨 봅니다. 하지만 경우 없는, 막무가내 노인네로 바라들 보겠지요. 고상하게 늙고 싶었을 겁니다. 하지만 억척스러움만 남은 겁니다. 

 

상대적으로 고함을 지르고 난폭한 행동을 하는 건 그게 누구든 간에 용서받을 행동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해서도 안 될 행동이고요.

 

다만 어르신들의 모습이 살짝 짠하게 느껴진 것도 사실입니다.

 

『나 홀로 그대』 10화에서 2G 폰을 사용하는 경찰 관계자가 세상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장면이 있었는데, 그 장면을 보니 최근에 있었던 일이 떠오르더군요.

 

어르신이라고 모든 잘못된 행동이 면죄부가 되는 건 절대 아닙니다. 늙음이 권리가 아니니까요.

하지만 젊음도 권리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영원한 것도 아니고요.

다양한 사유가 있지만 기본적으로 하나의 생명에는 탄생, 어림, 젊음, 늙음, 죽음이 공평한 순서로 이어진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모든 단계의 사람들이 현재만 영원할 듯 생각하지 말고 지나간 과거도 잊지 말고 앞으로의 미래도 생각하며 타인을 바라보고 이해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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