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어릴 때 엄마가 유일하게 만화를 봤던 작품이 있어.
기억나?
'알프스의 메아리'였어.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을 애니메이션으로 만든 거.
마리아 수녀가 트랩일가에 들어가 장군과 그의 아이들의 아내이자 엄마가 되는 이야기.
엄마는 그 애니메이션을 꼬박꼬박 봤었잖아.
일주일에 한 번 아침에 방송을 했던가?
처음부터 끝까지 봤는지는 모르겠어.
나도 너무 어릴 때라 잘 기억이 안 나지만 엄마가 재미있게 봤던 기억이 나.
나도 옆에서 봤던 기억이 나.
그전까지 엄마가 애니메이션을 본 적은 한 번도 없었어.
그 이후에도 엄마가 애니메이션을 본 적은 한 번도 없잖아.
무엇이 엄마를 사로잡았을까?
이 애니메이션의 무엇이 엄마의 마음에 와닿았던 걸까?
이 애니메이션은
아내를 잃고 엄마를 잃고
방황하는 남자와 아이들의 비어버린 마음의 구멍을, 차가운 마음의 구멍을,
한 여자의 순수한 사랑과 애정으로 채워가는 내용이라고 생각해.
부재. 충족. 충만.
이 모든 것을 사랑으로 채워. 믿음으로 채워.
아마도 이것이 엄마의 마음에 와닿았던 건 아니었을까?
이런 걸 보면 나도 엄마의 성향을 쏙 빼닮은 거 같아 ㅎㅎ
오랜만에 같이 보자, 엄마.
함께 봐요,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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