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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에게 부치는 아흔네 번째 편지 - 생선구이 -

엄마에게 부치는 편지

by 푸른안개숲 2024. 4. 3. 2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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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오늘 일 끝나고 동료랑 저녁을 먹었어.

그 사람도 독립해서 혼자 살고 있는데 혼자 살다가 보니까

생선을 집에서 구워 먹을 일이 없다는 이야기를 했어.

 

그러니 생각이 났어.

난 엄마 덕분에 혼자 살아도 생선구이를 먹는구나.

 

엄마는 나에게 반찬을 보내 줄 때 구운 생선을

하나하나 기름종이에 쌓아서

비닐에 넣은 후에 묶어서 보내 주잖아.

 

그래서 난 혼자 살아도 생선구이를 먹어. 

엄마 덕분에 구운 생선을 먹는구나.

 

이에 생각이 이어져서

어릴 때 자주 먹던 생선이 생각났어.

 

얼마 전까지만 해도 생선 머리는 절대 못 봤는데. (출처: 픽사베이)

 

빨간 고기를 많이 먹었는데, 

어느 순간 잘 안 먹게 되었잖아.

후에 엄마가 이야기해 주었지.

어느 순간 빨간 고기를 잘 팔지 않았다고.

그래서 오랜만에 빨간 고기를 팔길래 샀다고.

정말 추억의 맛이었어.

맛있었어.

 

그리고 조기.

엄마가 어릴 때부터 좋아하던 생선.

자주 먹던 생선.

그래서 내가 어릴 때부터 조기를 가장 많이 구워주었잖아.

 

또 하나는 갈치.

이건 내가 좋아해서 엄마가 자주 구워준 생선이지.

 

그리고 삼치.

양념 장인인 엄마는 삼치를 사서 

고추장으로 만든 엄마의 특제 소스에 졸여서 반찬을 만들어 주었잖아.

양념이 너무 맛있어서 정말 맛있게 먹는 엄마의 반찬 ㅎ

 

고등어는 종종 먹었어.

오동통한 고등어를 냠냠 먹었지. 짭조름한 고등어를 냠냠 먹었지.

 

제철이 되면

바닷가 근처 식당에 가서 먹은 장어.

바닷가 근처에서 싱싱한 장어들을 숯불에 구워서 맛있게 먹지.

먹고 나면 우리 가족 바다를 구경하는 시간도 가지고 해서 좋잖아.

 

어느 순간 생선 머리가 무섭지 않더라. (출처: 픽사베이)

 

다만!

내가 절대 안 먹는 생선은 멸치 ㅎㅎ

나에게 멸치를 먹이려고

엄마랑 아빠랑 그 작은 멸치까지 머리를 떼어서 반찬으로 만들어서 보내잖아.

그래도 잘 못 먹어서 ㅎㅎㅎ

미안해. 그렇게 정성을 다 해서 만들어 주는데 내가 잘 못 먹어서..

 

그리고 항상 뼈가 많은 옆구리 부분일까? 등과 배 부분일까?

그 부분은 항상 아빠가 먹었지.

엄마도 뼈를 발라 주고 아빠도 뼈를 발라 주고. 

가장 살이 많은 부분은 항상 내 차지잖아. 

엄마 아빠 덕분에.

 

오늘 식사를 하면서 생선구이가 화제가 되었고,

독립한 사람에게 있어서 생선구이가 얼마나 어려운지 이야기 나누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생선구이를 자주 먹은 것에

엄마에게 감사하는 시간이었어. 물론 아빠에게도~.

 

감사해.

항상.

항상 날 생각해서 수고롭게 반찬을 만들고

정성스레 포장해서 나에게 보내줘서.

 

지금은 그냥 볼 수 있어. 나 컸지, 엄마? (출처: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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