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예전에 다니던 곳에서 같이 일한 동료와 꽃구경을 했어.
만개한 벚꽃을 보며
봄은 이렇게 오는구나.. 싶었어.
어떤 일이 있든
어떤 기분이든
어떤 상황이든
계절은 상관하지 않고 오고
꽃은 개념치 않고 피어.
그런 자연의 섭리가 당연하다는 건 알지만
너무나도 허탈하다는 생각도 들어.
허탈하고 허망하고 무심하고 속상하고 서운하고 그래.
꽃을 좋아하는 우리 엄마.
바람에 날리는 벚꽃을 잘 보고 있어?
소복하게 눈덩이처럼 핀 벚꽃을 즐기고 있어?
엄마의 따뜻한 손을 잡고
엄마의 아름다운 얼굴을 보고
엄마의 인자한 미소에 화답하며
그렇게 오늘의 벚꽃을 구경하고 싶어.
벤치에 앉아 피어나는 꽃을 보고 싶어.
나는 절대 오를 수 없는
엄마의 감성과 감수성 그리고 시적 표현을
난 차마 엄마의 경지에 오르지도 못하기에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어.
엄마가 오늘의 풍경을
오늘 나와 함께 봐준다면
엄마는 생각하지도 못한 그 깊이 있는
감성과 감수성 그리고 시적 표현으로
이 아름다움을 읊었겠지?
엄마.
오늘 난
엄마의 손을 잡고,
얼굴을 보고,
미소를 보며
엄마의
감성과 감수성 그리고 시적 표현에
흠뻑 취해서
그렇게 그렇게
꽃이 핀 아름다운 길을
함께 걷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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