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난 말이야.
어릴 때부터 엄마에게 미안한 게 많았어.
왜 그랬을까?
어릴 때부터 엄마에게 느끼는 감정은 죄송함, 미안함, 송구스러움..
절대 엄마가 나에게 눈치를 준 게 아니야.
내가 이 세상에 태어나 가장 큰 복은, 가장 큰 행운은,
절대로 바꿀 수 없는 유일함은
엄마가 나의 엄마라는 거야.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존재도 엄마고
세상에서 가장 믿을 수 있는 존재도 엄마야.
내 목숨을 주어도 아깝지 않은 존재도 엄마고
내 목숨보다 더 소중한 존재도 엄마야.
그리고 그렇게 느끼게 해 주는 것도 엄마야.
그렇기 때문일까?
너무 감사하고, 너무 사랑하고, 너무 소중한 존재라서
죄스러운 걸까?
엄마는 내가 어딜 가든 반드시 차를 태워 주잖아.
어린 시절부터 내가 느낀 건 감사하지만 더 큰 감정은 엄마에게 폐를 끼친 기분이었어.
엄마는 나의 모든 감정을 받아주잖아.
부정적이고 우울하고 분안정한 나의 어두운 감정을 다 받아주면서도 엄마는 그걸 당연하게 생각하잖아.
그러나 그럴 때마다 내가 느낀 건 죄송함이었어.
나라는 존재는 한없이 부족해서
너무나 큰 엄마에게 못 미치는 딸이라 죄송했어.
난 어릴 때부터 엄마가 날 위해 희생하는 걸 많이 봤어.
지금도 말이야.
그래서 난 엄마에게 죄송한 게 많아.
흘러가는 말로 가볍게 가볍게 이야기를 하니
엄마는 진지하게 진중하게 이야기를 했지.
엄마는 이런 나의 감정이 잘못임을,
엄마는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음을,
그 생각이 틀렸음을
이야기했지.
엄마는 진심이야.
엄마의 이야긴 사실이야.
그래서 알았다고 했어.
하지만 왜일까? 이 마음이 사라지지 않아.
다른 사람들에게도 이 말을 하면
엄마가 슬퍼할 거라고 이야기를 해.
그런 생각은 엄마를 슬프게 한대.
그런데 엄마.
난 엄마라는 존재가 되어보지 않았기 때문일까?
난 난
나 그냥 한없이 엄마에게 미안해.
부족한 딸이라 미안하고
엄마에게 한없이 부족한 딸이라 또 미안하고
훌륭하지 못해서 미안하고
나란 사람은 너무나 티끌 같은 존재인데 항상 반짝반짝 빛나는 존재로 봐주어서
죄송해.
엄마에게
내가 너무 큰 존재인데
난 그렇게 여길만한 존재가 실은 아니기에
미안해.
나를 위해 항상 정말 항상 희생하고도
그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엄마에게
난 아무것도 해 주는 게 없어서
미안하고 미안해.
나라는 존재가
엄마의 자유를, 가능성을, 꿈을,
속박하는 것 같아서 미안해.
엄마.
이런 이야기를 보더라도
이런 내 마음을 알더라도
마음 아파하지 마.
이건 엄마 때문에 생긴 마음이 아니야.
이건 나의 마음속에 어둠 때문에 생기는 마음이야.
나의 부족함에, 나의 모자람에,
내가 한심해서 느끼는 거야.
엄마를 붙잡아 두는 존재라
엄마를 마음 편히, 자유롭게 날갯짓을 펼 수 있도록
하는 딸이 아니었고, 아니라 그래서 그래.
엄마가 날 위해
얼마나 많은 희생을 해 왔는지,
그리고도 그것을 전혀 희생이라 생각하지 않는 엄마이기에
내가 아쉬워하고, 서운해할게.
엄마는 절대 나에 대해서 그렇게 생각할 수 없는 사람이니까
내가 그렇게 생각할게.
대신이라는 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엄마는 절대 그렇게 생각할 존재가 아니니까
내가 나를 그렇게 여길게.
엄마는 나에게 절대 미안해하지 마.
엄마는 항상 나에게 과분하고 감사하고 사랑하고 가장 소중하고 멋있고 닮고 싶은 존재야.
항상 나에게 반짝거려.
엄마.
너무너무 사랑해.
정말 너무너무 사랑해.
그리고 너무너무 미안해.
정말 너무너무 미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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