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어김없이 선거일이야.
내가 투표권이 생기고 나서부터
우리 가족은 함께 나들이 가듯이 투표를 하러 가잖아.
엄마랑 아빠랑 나랑.
그렇게 함께.
좋은 날 마치 산책을 가듯 나들이를 가듯
우리 가족이 함께 가는 길.
가끔은 고향집에 가지 못하면
난 이곳에서 혼자 하기도 했지.
올해도 여기서 혼자 했어.
우리 가족과 함께 산책 가듯 나들이 가듯
그렇게 가는 게 아니라
의무심에 그냥 갔어.
작년까지와는
너무나 다른 기분으로 그냥 갔다 왔어.
좋은 날 마치 산책을 가듯 나들이를 가듯
우리 가족이 함께 가는 길이 아니라
빨리 치러야 할,
일명 해야 할 일 목록 중에 하나를 처리하듯
그렇게 아무 생각 없이 의미 없이
해야 하는 일이니까 갔다 왔어.
벚꽃은 피고 져, 엄마.
내 마음은 져버린 거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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