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내가 이곳에 산 지도 얼마나 됐지?
벌써 nn년이 되었네.
기억나, 엄마?
고향집에서 난 설거지를 해 본 적이 없어.
엄마나 아빠나 언젠가는 평생하게 될 텐데 집에서는 하지 마..라고 했지.
그건 지금도 여전해.
집에서는 쉬어. 엄마가 할게..라고..
아무것도 모르는 내가 무얼 할 수 있을까?
설거지 하나도 한 적이 없는데.
엄마는 혹여나 내가 그릇을 깨뜨릴까 걱정이 많았잖아, 그때.
그릇을 깨뜨리는 게 문제가 아니라 그릇이 깨져서 내가 다치는 게 걱정이었지.
그래서 백화점에 가서 깨지지 않는 그릇 세트를 사서 보내줬잖아.
그 그릇이 벌써 nn년이 다 되어가네.
여전히 있어.
나의 주방 그릇 찬장에.
깨지지 않고 벗겨지지 않고
여전히 튼튼하게.
내가 소중히 여기는 모든 것들도
저렇게 튼튼하게 깨지지 않으면 얼마나 좋을까?
다치지도 않고 아프지도 않고
그렇게 영원히 튼튼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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