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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에게 부치는 이백쉰두 번째 편지 - 병원 -

엄마에게 부치는 편지

by 푸른안개숲 2024. 9. 7. 2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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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최근에 병원에 갔어.

어딘지 엄마는 알지? ㅎㅎㅎ

 

벌써 수 십 년째 다니고 있네 ㅎㅎㅎ

처음에는 엄마가 꼭 데리고 다녔지.

이미 다 큰 나를 ㅎ

법적으로 성인이지만 엄마에겐 영원히 아기겠지? ㅋㅋ

 

좋은 의사가 있다면 방방곡곡.

가까운 데 가다가 유명하다고 해서 그곳으로 갔지.

그곳은 우리 집도 내가 사는 곳도 아닌 낯선 도시.

하지만 엄마는 나를 태우고 힘든 내색 없이 다녔어.

 

처음에는 일주일에 한 번.

그러다 한 달에 한 번.

세 달에 한 번.

여섯 달에 한 번.

그리고 일 년에 한 번.

 

부지런히 다녔다, 그렇지?

아니, 부지런히 날 챙겨주었다, 우리 엄마..

 

힘들었지?

힘들었을 거야.

당연히 힘들지..

 

나의 주치의도 수 십 년이 되니 늙어갔어 ㅎㅎ

엄마는 의사 선생님이 오래오래 건강해야 한다며 빌었잖아 ㅎㅎ

 

그런데 최근 몇 년 전부터 내가 이야기했잖아.

내가 있는 곳에서 다니겠다고.

엄마는 아쉬워했지.

걱정했지.

미안해했지.

 

그렇게 수 십 년을 힘들었으면서 어떻게 아쉬울 수가 있을까..

그렇게 다 큰 자식을 여전히 걱정할 수가 있을까..

그렇게 당신의 잘못이 절대 아님에도 항상 미안해할 수가 있을까..

 

엄마.

걱정하지 마.

나 최근에도 잘 다녀왔어.

엄마가 옆에 있는 기분이었어.

그래. 그런 기분이었어..

 

결코 따뜻하지 않은 병원이었지만 엄마와 함께라 그저 좋은 나. 그렇게 철없는 나. (출처: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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