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최근에 병원에 갔어.
어딘지 엄마는 알지? ㅎㅎㅎ
벌써 수 십 년째 다니고 있네 ㅎㅎㅎ
처음에는 엄마가 꼭 데리고 다녔지.
이미 다 큰 나를 ㅎ
법적으로 성인이지만 엄마에겐 영원히 아기겠지? ㅋㅋ
좋은 의사가 있다면 방방곡곡.
가까운 데 가다가 유명하다고 해서 그곳으로 갔지.
그곳은 우리 집도 내가 사는 곳도 아닌 낯선 도시.
하지만 엄마는 나를 태우고 힘든 내색 없이 다녔어.
처음에는 일주일에 한 번.
그러다 한 달에 한 번.
세 달에 한 번.
여섯 달에 한 번.
그리고 일 년에 한 번.
부지런히 다녔다, 그렇지?
아니, 부지런히 날 챙겨주었다, 우리 엄마..
힘들었지?
힘들었을 거야.
당연히 힘들지..
나의 주치의도 수 십 년이 되니 늙어갔어 ㅎㅎ
엄마는 의사 선생님이 오래오래 건강해야 한다며 빌었잖아 ㅎㅎ
그런데 최근 몇 년 전부터 내가 이야기했잖아.
내가 있는 곳에서 다니겠다고.
엄마는 아쉬워했지.
걱정했지.
미안해했지.
그렇게 수 십 년을 힘들었으면서 어떻게 아쉬울 수가 있을까..
그렇게 다 큰 자식을 여전히 걱정할 수가 있을까..
그렇게 당신의 잘못이 절대 아님에도 항상 미안해할 수가 있을까..
엄마.
걱정하지 마.
나 최근에도 잘 다녀왔어.
엄마가 옆에 있는 기분이었어.
그래. 그런 기분이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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