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내가 어릴 때, 말도 잘하지 못하는 아기 때, 기저귀 차고 아장아장 걸을 때,
옷가게를 지나갔다 하면 사고 싶은 걸 손가락질했다면서?
발걸음을 멈추고
OO이 꺼. OO이 꺼.
라고 자기 이름도 잘 발음하지 못하는 아이가
손가락질을 하며 마네킹 앞에서 떠나지 않고
손가락질을 했다면서 엄마는 이야기하잖아 ㅎ
그래서 엄마는
어쩔 수 없이 옷이든 모자든 신발이든 사주면서
이 물욕이 커서도 계속되면 어쩌나 걱정을 했다고 이야기했지 ㅎ
천만다행인 건
그 물욕이 유아기에서 절정을 이루고는
확 사라졌다는 거 ㅎ
유아기 때와는 극단적일 만큼
옷이든 모자든 신발이든 관심이 없다는 거 ㅎ
아마도
사달라는 걸 다 사줘서
만족감이 들었던 걸까?
그때 누릴 만큼 누렸기에
허기짐이 없었던 걸까?
아무튼 지금도 마찬가지구나, 엄마.
무심할 정도로 물건에 관심이 없는 나.
아무리 생각해 봐도 이유는 정말 하나인 거 같아.
진짜 그때 해달라는 거 다해줘서
충족이 되었나 봐 ㅎ
만족감이 가득했나 봐 ㅎ
부족함이 없었지.
그러니 그렇겠지? ㅎ
고마워, 엄마.
나의 욕심을 다 받아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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