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어제 엄마가 말리는 안쪽 볼살 잘근잘근 씹기를 쓰고 보니
비단 엄마의 말을 듣지 않은 게 이거 하나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어.
엄마의 말을 안 들은 게 고작 하나일리가 없지..
미안하게도 죄송하게도 말이야..
바로 떠오른 건
집에 들어와서 바로 씻지 않는 거.
지금 일하는 곳에서 일을 하기 시작하면서
나의 행동 패턴이 좀 바뀌었지?
이전엔 집에 돌아오자마자 바로 씻었는데
이곳에서 일하기 시작하면서
집에 와서 가장 먼저 하는 건
앉아서 쉬는 거.
거실에서 쉬는 거.
침대는 차마, 그래서 거실 카펫 위에서 쪼그리고 눕는 거.
그냥,, 그냥 아무것도 안 하고 쉬는 거.
멍하니 쉬는 거.
엄마랑 통화를 하다가
아직 안 씻었다고 이야기하면
오자마자 씻고
그다음에 푹 쉬는 게 좋지 않겠냐며 물어.
씻고 계속 쉬어.
먼저 씻고 쉬면 되지.
어차피 씻어야 하는데
그리고 씻고 나면 개운한데.
얼른 빨리 개운해진 상태로
푹 쉬면 더 좋은데.
숙제처럼 해야 하는 불편함을 끌어안고
굳이 굳이 불편하게 바닥에 닿는 면적을 최소화하여 웅크린 채 무릎을 안고
씻어야 하는데, 씻어야 하는데.. 원시부족 주문 읊듯이 중얼중얼 읊조리며
불편하게, 찝찝하게, 제대로 쉬는 것도 아닌 쉼을 취하며,
마지막엔 억지로 꾸역꾸역 씻는 난 뭘까, 엄마.
무엇보다 엄마가 이해하지 못하는 행동을 하는 난 뭘까?
그리고 지금도 여전히 주문 읊는 난 뭘까?
그나마 다행이라면 다행인 게 쉬는 시간의 단축일까?
왜 미리미리 엄마의 말을 잘 듣지 않았을까?
애초에 바로 씻으면 좋을 텐데 굳이 이리 버리는 이유는 뭘까?
내가 나지만 반성하면서도
이해가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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