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엄마에게 부치는 삼백네 번째 편지 - 말 안 듣는 자식 -

엄마에게 부치는 편지

by 푸른안개숲 2024. 10. 29. 22:20

본문

반응형

엄마.

어제 엄마가 말리는 안쪽 볼살 잘근잘근 씹기를 쓰고 보니

비단 엄마의 말을 듣지 않은 게 이거 하나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어.

 

엄마의 말을 안 들은 게 고작 하나일리가 없지..

미안하게도 죄송하게도 말이야..

 

바로 떠오른 건

집에 들어와서 바로 씻지 않는 거.

 

지금 일하는 곳에서 일을 하기 시작하면서

나의 행동 패턴이 좀 바뀌었지?

 

이전엔 집에 돌아오자마자 바로 씻었는데

이곳에서 일하기 시작하면서

집에 와서 가장 먼저 하는 건 

앉아서 쉬는 거.

거실에서 쉬는 거.

침대는 차마, 그래서 거실 카펫 위에서 쪼그리고 눕는 거.

그냥,, 그냥 아무것도 안 하고 쉬는 거.

멍하니 쉬는 거.

 

엄마랑 통화를 하다가 

아직 안 씻었다고 이야기하면

오자마자 씻고 

그다음에 푹 쉬는 게 좋지 않겠냐며 물어.

 

씻고 계속 쉬어.

먼저 씻고 쉬면 되지.

 

어차피 씻어야 하는데

그리고 씻고 나면 개운한데.

얼른 빨리 개운해진 상태로 

푹 쉬면 더 좋은데.

 

숙제처럼 해야 하는 불편함을 끌어안고

굳이 굳이 불편하게 바닥에 닿는 면적을 최소화하여 웅크린 채 무릎을 안고

씻어야 하는데, 씻어야 하는데.. 원시부족 주문 읊듯이 중얼중얼 읊조리며 

불편하게, 찝찝하게, 제대로 쉬는 것도 아닌 쉼을 취하며,

마지막엔 억지로 꾸역꾸역 씻는 난 뭘까, 엄마.

 

무엇보다 엄마가 이해하지 못하는 행동을 하는 난 뭘까?

그리고 지금도 여전히 주문 읊는 난 뭘까?

 

그나마 다행이라면 다행인 게 쉬는 시간의 단축일까?

 

왜 미리미리 엄마의 말을 잘 듣지 않았을까?

애초에 바로 씻으면 좋을 텐데 굳이 이리 버리는 이유는 뭘까?

 

내가 나지만 반성하면서도 

이해가 안 돼.

 

행동의 순서. (출처: 픽사베이)

반응형

관련글 더보기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