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아직도 눈에 아른거리는 풍경이 있어.
어릴 때 아주 어릴 때
보름달이 뜬 날이라고
엄마가 옥상에 달 보러 가자고 한 적이 있었어.
기억나, 엄마?
어둑한 계단을 올라
옥상 문을 열고 마주 본 달은
아주 둥그렇고 환한 보름달이었어.
나를 삼킬 듯이 큰 보름달이,
두 눈에 담기도 힘든 큰 보름달이,
은은한 노란빛을 뿜어내면서
위용스럽게 지상 가까이 내려왔었어.
손을 뻗으면 닿을 것 같았고
내 몸을 던지면 폭신한 보름달에 푹 빠질 것 같았어.
어른거리는 보름달이
한참 시간이 지난 지금도 눈앞에서 아른거려.
손을 잡고 엄마랑 아빠랑
그때의 보름달을 보고 싶다.
우리 가족이
어두컴컴한 세상 속에
모든 걸 끌어안는 듯한
그 찬란한 따뜻한 빛을 뿜어내는
보름달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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