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나 방금 손톱 깎았어.
짧게 깎았어.
잘린 손톱들은 초승달 같은 모양을 띄고는
하늘이 아니라 변기에 쏙쏙 빠졌어.
손톱이 약해서
어디 부딪히면 툭 하고 부러지기도 하고
마분지 종이처럼 쭉 하고 찢어지기도 해서
손톱을 기르지 않지만
음, 손톱을 기르고 싶지도 않아^^;;
엄마 손톱도 짧잖아.
엄마도 잘 부러지기도 하지만
혹여나 날 긁을까 봐
내가 긁힐까 봐
항상 곱게 다듬는 엄마의 손톱
반달 같은 엄마의 손톱.
예전에 엄마가 종종 이야기해 준 거 기억나?
외증조할아버지께서는
손톱을 그냥 버리지 않고 종이에 싸서 버린다고
엄마가 이야기해 줬잖아.
부모님께서 주신 귀한 거라 하시며
버리시더라도 그냥 버리지 않으시고
깨끗한 종이에 고이 담아 모으시곤
조심히 접은 다음에 버리셨다고.
비록 나는 변기에 조준해서 깎지만
부모님께서 주신 귀한 거라는 말씀이 참 와닿는 요즘이야.
나라는 존재의 주체는 나지만,
그런 기회를 준 건 내가 아니라 엄마 아빠라는 게
나이를 먹을수록 절절히 느껴져.
그렇게 생각하니
무엇하나 귀하지 않고 소중하지 않고 감사하지 않은 게 없더라, 엄마.
그래서 함부로 하지 못하고 있어,
엄마 아빠가 준 소중한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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