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내가 아주 어릴 때
아마 유치원도 안 다닐 때였나? 암튼 어릴 때였어.
엄마는 항상 바나나를 사주었잖아.
지금이야 흔하지만
그때는 그렇게 흔하지 않았다고
그렇게 싼 가격도 아니었다고 엄마는 이야기해 줬잖아.
하지만 어린 나이에 난
매번 사주는 바나나를 좋아하지 않았잖아.
원래 과일을 좋아하지 않을뿐더러
동화책에서 원숭이가 바나나를 먹고 있는 그림을 봐서 더 그랬을 거야.
그래서 나는
그날도 어김없이 나에게 바나나를 주는 엄마에게
결국 한껏 칭얼거리며
내가 원숭이야?!
라고 했다고 ㅎㅎ
세상 물정 모르던 아이의 철없는 말을
엄마는 그래도 귀엽다고 어른이 된
지금의 나에게도 여전히 이야기하잖아.
나의 고마운 줄 모르고 하는 말도
귀엽다고 봐주는 사람은
우리 엄마밖에 없을 거야 ㅎㅎ
식탁에 바나나가 있어.
엄마가 좋아하는 노오란 자태를 뽐내며
나를 한껏 꼬시고 있어.
하지만 단호하게 오늘은 먹지 않겠어!
내일 아침에 먹을게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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