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을 미워한 아버지의 위독한 상황에서 '양석형' 선생님은 혼란스럽습니다.
"나 잘 모르겠어. 슬픈 건지 속이 시원한 건지. 지금 내 마음이 어떤지를 잘 모르겠어. 내 감정인데 내가 지금 그걸 못 정하고 있어. 표정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
친구의 혼란스러운 마음에 '채송화' 선생님은 말합니다.
"그럼 그냥 가만히 있어."
어떤 말이 저것보다 더한 위로가 될까요?
어떤 말이 저 말보다 편안하게 해 줄 수 있을까요?
양 회장의 장례식장에 나타난 상간녀의 행태에 대신 화를 내는 친구들.
본인의 일처럼 진심으로 화를 내는 친구들이야말로 내 인생의 내 편이 아닐까요?
'김준완' 선생님과 '이익순' 씨의 편안한 일상의 대화 속에 '안치홍' 선생님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안치홍 제 친구지만 제가 완전 존경하죠. (생략) 그런 애가 갑자기 아프고 전역한다니까 그때 동기들 진짜 많이 울었어요. 치홍이 막 펑펑 울고. 진짜 그때 끔찍했었는데."
친구의 아픔을 자신의 아픔으로 느끼고 함께 울어주는 친구가 있다면 그 아픔도 그렇게 오래 아프지는 않을 겁니다.
"애 그만 힘들게 하고 하고 싶은 거 하라고 하자. 넌 나랑 놀면 되잖아. 왜 싫으냐?"
친구의 고민을 옆에서 바라보고, 앞으로도 자신이 옆에 있어 줄 거라며 힘을 주는 친구.
인생에 있어서 부모나 자식과는 다른 위치에서 나를 지켜보는 존재입니다, 친구는.
"익준이 새끼 무슨 일 있어? 뭐 있는데."
분위기만 봐도 친구가 무슨 일이 있는지 알 수 있는 사이.
그만큼 관심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병원장님한테도 말씀드렸어. 일 년만 속초 분원에 내려가겠다고."
라며 폭탄선언을 하는 '채송화' 선생님에게,
"너 왜 그런 일을 왜 한 마디 상의도 없이 너 혼자서 결정해."
라며 아쉬움과 속상함에 화를 내는 '김준완' 선생님.
"송화가 어련히 알아서 결정했을까?
라며 친구의 결정을 존중하는 '양석형' 선생님.
"서울이랑 속초랑 반반씩 있으면 되지, 뭐. 일단 너 목부터 치료해."
라며 그래도 끈을 놓지 않는 '안정원' 선생님.
『슬기로운 의사생활』에서는 친구들의 우정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다양한 관계의 우정을 보여주고 있는데, 그 최종점은 같다고 생각합니다.
'진실한 우정'이라는 거.
살짝 판에 박힌 표현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진실한 우정'이 느껴져서 『슬기로운 의사생활』을 보고 있노라면 부럽기도 하고 멋있기도 하다고 생각을 할 수밖에 없네요.
나이가 들수록 친구를 사귀기는 참 힘든 거 같습니다.
나이를 먹으면 먹을수록 각자의 인생관은 단단해지고 견고해져서 누군가의 인생관이라는 행성에 임시 착륙하기는 참 어렵다고 생각하거든요. (물론 연애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둘도 없는 친구 사이'는 순간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서로가 오랜 시간을 유지하여 만들어가는 거라고 생각을 합니다.
『슬기로운 의사생활』을 보고 있자니 친구가 생각이 나네요. 하하하.
저도 제 친구에게 그런 친구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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