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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에게 부치는 사백열한 번째 편지 - 매니큐어 -

엄마에게 부치는 편지

by 푸른안개숲 2025. 2. 13. 2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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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시절에 엄마는 가끔 매니큐어를 발랐잖아.

그러다가 어느 날부터 엄마의 손톱에는 매니큐어가 발라지지 않았어.

 

음식 준비를 하다가 매니큐어가 벗겨질까 봐,

그래서 그 벗겨진 매니큐어 일부가 음식에 들어갈까 봐

그렇게 엄마는 매니큐어를 안 바르게 되었지.

 

은은한 파스텔톤에 펄감이 있는 색을 좋아하고,

투명한 색도 좋아하는 엄마의 손톱 위에 내려앉은

꽃물 같던 색은 어느새 잘 보이지 않게 되었어.

 

그런 엄마의 손톱을 보면 괜스레 코 끝이 시려서

그래서 가끔, 아주 가끔

내가 엄마의 손톱과 발톱에 매니큐어를 발라주었잖아.

 

나도 바를 때가 있는데 한 번 바르면 참 오래갔어.

벗겨지는 부분 없이 오래.

그게 당연한 줄 알았어. 

 

반면에 엄마는 그렇게 바르고 얼마 안 되어 벗겨지잖아.

그게 엄마에게는 당연한 거였지.

 

항상 빨래하고 청소하고 식재료를 씻는 엄마에게

매니큐어가 빨리 벗겨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어.

 

당연한 일이었어..

 

세상 당연한 거 없음을 알면서도. (출처: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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