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시절에 엄마는 가끔 매니큐어를 발랐잖아.
그러다가 어느 날부터 엄마의 손톱에는 매니큐어가 발라지지 않았어.
음식 준비를 하다가 매니큐어가 벗겨질까 봐,
그래서 그 벗겨진 매니큐어 일부가 음식에 들어갈까 봐
그렇게 엄마는 매니큐어를 안 바르게 되었지.
은은한 파스텔톤에 펄감이 있는 색을 좋아하고,
투명한 색도 좋아하는 엄마의 손톱 위에 내려앉은
꽃물 같던 색은 어느새 잘 보이지 않게 되었어.
그런 엄마의 손톱을 보면 괜스레 코 끝이 시려서
그래서 가끔, 아주 가끔
내가 엄마의 손톱과 발톱에 매니큐어를 발라주었잖아.
나도 바를 때가 있는데 한 번 바르면 참 오래갔어.
벗겨지는 부분 없이 오래.
그게 당연한 줄 알았어.
반면에 엄마는 그렇게 바르고 얼마 안 되어 벗겨지잖아.
그게 엄마에게는 당연한 거였지.
항상 빨래하고 청소하고 식재료를 씻는 엄마에게
매니큐어가 빨리 벗겨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어.
당연한 일이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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