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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다른 길이 있다_'절망의 끝은 새로운 시작'이라는 포장을 하고 있지만, 두 배우님을 제외한다면..

영화 이야기

by 푸른안개숲 2020. 7. 30.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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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네이버영화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이런 류의 영화를 안 좋아합니다.

보는 내내 '답답함'과 '갑갑함'이 가득한 영화였습니다. 그저 정말, 그저 정말 김재욱 배우님과 서예지 배우님의 연기가 좋았을 뿐, 마지막 결과의 엔딩을 보기 위해 감내해야 할 것이 너무 많은 그런 영화였습니다.

 

사람마다 생각이 다르고, 사람마다 감정이 다르듯

이 영화도 보는 이에 따라 감상평이 다를 겁니다.

그리고 사람마다 선호도가 다르듯

이 영화의 어떠한 메시지에 취하냐에 따라 평가 역시 다를 겁니다.

 

저에게 크게 다가온 것은 그저 우울하고 암울하고 음침함뿐입니다.

고작 마지막 엔딩이 그렇다고 해서 영화 본질의 성격은 변하지 않습니다, 저에게는.

다시 말씀드리지만, 전 이런 류의 영화를 정말 안 좋아합니다.

진짜 진심으로 김재욱 배우님과 서예지 배우님의 연기만이 이 영화를 본 저에게의 유일한 위안이네요.

 

 

'수완(김재욱 분)'은 이름과 달리 '수완' 좋은 삶을 살지 못합니다. 

'정원(서예지 분)'은 마음속의 '정원'이 곪았지요.

 

둘은 공통점이 있습니다.

자신들의 인생에 있어서 쓰레기가 동일하다는 것입니다. 수완에게도, 정원에게도 자신들의 인생을 쓰레기로 만들고, 그 존재 또한 쓰레기인 존재, 바로 '아버지'입니다. (두 명의 아버지가 정말 혐오스럽기 짝이 없습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그런 '아버지'로 인해 극단적인 선택을 하려고 하지만 정작 그 존재에 대해서는 직접적인 분노를 표출하지 못합니다. 그들은 그저 자신을 상처 내지요. 그건 그들의 내면 깊숙이 자리 잡은 '죄책감'으로 인해서라고 생각합니다.

 

영화 내내 '수완'은 언 강 위를 위태롭게 걸어 다닙니다. 보는 이로 하여금 언제 깨질지 모르는 얼음 위는 아슬아슬하고 위태로워 보입니다.

'정원'은 술에 취한 채 흐릿한 눈으로 운전을 합니다. (이런 음주 운전 또한 혐오스럽기 짝이 없는 건 같습니다.) 뿌연 시선의 세상은 곧 꺼질 듯해 보입니다. 

이러한 상황들이 마치 주인공인 '수완'과 '정원'의 인생과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곧장이라도 깨어져도 이상할 것이 없는 상황. 뿌옇다가 아무것도 비치지 않아도 이상할 것 없는 상황. 하지만 그들의 표정은 덤덤하기만 합니다.

 

'수완'이 언 강 위에 만들어진 눈사람을 향해 "너 누구냐?"라고 묻고는 영화에서 처음 보이는 격한 감정으로 분노를 표출합니다. 하지만 그 분노의 대상이 누구인지 '수완' 역시 정확히 알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싶습니다. 그의 "너 누구냐?"라는 대사는 마치 본인도 알 수 없는, 어쩌면 하나의 대상이 아닐 수도 있는, 혹은 사람이 아닌 그의 모든 상황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 봤습니다.

 

그들의 인생에 그들을 잡아주는 누군가는 더 이상 없다고 생각하고 극단적인 선택을 계획합니다. 하지만 두려운 것일까요? 모르는 이와 함께 하려고 합니다. 그리고 영화는 계속 그 둘이 서로의 존재를 알지 못한 채 보이지 않는 인연으로 이어진 양 스칩니다. 서로의 존재를 눈치채지 못한 채 (검은 새와 흰 새) 서로가 서로를 잡아주는 '누군가'가 되기를 바라지만 (수완과 정원), 그 '바람'은 너무 작아 그들의 선택을 막아주지 못합니다. 그렇게 서로는 스치듯 어긋나며 서로의 방식에 서서 상대를 기다립니다.

 

'수완'의 절망 끝은, 자신을 잡아주길 바랐지만 그의 마지막 도움을 읽지 못한 전 여자 친구가 아니라 누군지 알지 못하는 소녀였습니다. 즉, 정말 우연한 '누군가의 관심'에 살 수 있었지요. 그리고 그 '누군가의 관심'에 '누군가'가 본인이 되어 '정원'인지도 모른 채 찾아가 도와줍니다. 물론 결국엔 자신이 도와주려는 대상이 누군지 '수완'이 알게 되기는 하지만요.    

 

절망의 끝에서 새로운 시작을 하게 된 '수완'과 '정원'.

영화는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고 새로운 시작을 확인하고 그렇게 눈물을 흘리며 끝이 납니다.

 

언뜻 보면 영화는 해피엔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극단적인 선택이 실패로 결론 났으니까요. 그리고 북받치는 듯 흐르는 눈물은 분명 현재의 결과에 아쉬움이 아니니까요.

 

그런데 영화는 그렇게 끝이 났지만, 그들의 이야기도 끝이 난 걸까요?

극단적인 선택이 실패고, 그 실패 덕분에 새로운 시작이 되는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수완'과 '정원'의 삶의 근본적인 어둠의 존재는 여전합니다. 그들의 인생의 쓰레기 같은 '아버지'라는 존재와 자신을 용서할 수 없는 '죄책감'이라는 감정에서 쉬이 벗어날 수 있을까요? 그리고 그러한 것으로부터 진정 이들이 서로의 시궁창 같은 인생에 등불이 되어 줄 수 있을까요?   

뭐 낙관적으로 보자면, 그들은 절망 끝에 새로운 시작을 하였기 때문에 이겨내는 게 진정 해피엔딩이겠지요. 그런데 영화 내내 너무나 암울한 메시지만 한가득 담고 있어서 낙관적인 생각으로 전환하기에는 힘이 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결론만 그럴싸하게 포장했지만, 그 포장이 너무 허술하고 임시방편처럼 느껴지는 영화라, 부정적인 감정과 우울한 감정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에 이 영화가 저에게는 그다지 좋지 않네요. 

다시 한번 이야기하지만, 정말 김재욱 배우님과 서예지 배우님만이 유일한 영화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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