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내가 어릴 때 말이야.
아마.. 유치원이었을까?
어릴 때였어.
큰 방에 이불을 깔고 엄마랑 나랑 같이 있었어.
TV를 켰었나?
엄마는 아마 바느질을 하고 있었어.
그리고 나는 노래를 불렀지.
동요였어.
무슨 노래인지는 생각이 안 나네 ㅎㅎ
아무튼 엄마는 내가 노래를 부르는 끝에
"딴딴딴"
을 추임새로 붙였어.
어린 난 나 혼자 완창을 하고 싶은데 방해를 받았다고 느꼈어.
아주 응석쟁이었지.
그래서 엄마에게
"딴딴딴 하지 마!"
라고 외쳤어.
그럼 엄마는 바느질을 하며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응, 그래. 알았어."
하며 눈은 여전히 손 끝에 있는 바늘로 가서 대답을 해줬어.
그럼 난 엄마의 대답에 안심하며 또 노래를 불러.
그런데 엄마는 내가 부르는 노래의 끝에 또
"딴딴딴"
추임새를 붙이는 거야.
"하지 말라고 했잖아!!"
라며 어린 나는 엄마에게 짜증을 냈지.
엄마는 그런 날 혼낼 법도 한데 전혀 화내지 않고 이야기해.
"응, 그래. 알았어. 절대 안 할게."
그리고 내가 다시 기분 좋게 노래를 부르면 엄마는 여지없이
"딴딴딴"
ㅋㅋㅋㅋ
그걸 기억하고 어른이 되어 엄마한테 이야기했잖아.
엄마는 잊었던 기억이었는지 이걸 들으며 박장대소를 했어.
그리고 당신에 대해
"어머, 얄밉다."
라고 이야기하며 웃었잖아.
"애 성격 버리게 왜 그랬데?"
라며 꺄르르~
나도 함께 꺄르르~
난 이 이야기를 들려줄 때
엄마가 웃어서 좋아.
그래서 그 이야기를 종종 하잖아.
그럼 엄마는 항상 꺄르르 웃어.
엄마
그 시절의 어린 엄마는 나랑 함께 노래를 하고 싶었던 게 아니었을까?
함께 공감하고 싶어서 그랬을 거라 생각해.
그런데 어린 난 그걸 모르고 엄마한테 짜증을 내고.
지금의 엄마는 미안해했지만 정작 미안해해야 하는 건 나야.
엄마랑 함께 노래를 부를 걸.
엄마는 노래를 참 잘해.
난 우리 엄마가 TV에 나오는 여느 트로트 가수보다 노래를 잘 부른다고 생각해.
진짜 사실이기도 하고 말이야.
엄마는 목소리가 참 좋아.
곱지.
그러고 보니 엄마랑 아빠랑 우리 가족 노래방 함께 간 게 손꼽힐 정도네..
아쉽다..
뭐가 그리 힘든 일이라고 그렇게 노래방에도 잘 안 갔데?!
에휴휴..
엄마.
우리 함께 딴딴딴 하며 노래 부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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