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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에게 부치는 스무 번째 편지 - 딴딴딴 -

엄마에게 부치는 편지

by 푸른안개숲 2024. 1. 20. 2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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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내가 어릴 때 말이야.

아마.. 유치원이었을까?

어릴 때였어.

큰 방에 이불을 깔고 엄마랑 나랑 같이 있었어.

TV를 켰었나? 

엄마는 아마 바느질을 하고 있었어.

그리고 나는 노래를 불렀지.

동요였어.

무슨 노래인지는 생각이 안 나네 ㅎㅎ

 

그러고보면 난 가요입문이 늦었어. (출처: 픽사베이)

 

아무튼 엄마는 내가 노래를 부르는 끝에 

 

"딴딴딴"

 

을 추임새로 붙였어.

어린 난 나 혼자 완창을 하고 싶은데 방해를 받았다고 느꼈어.

아주 응석쟁이었지.

그래서 엄마에게 

 

"딴딴딴 하지 마!"

 

라고 외쳤어.

그럼 엄마는 바느질을 하며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응, 그래. 알았어." 

 

하며 눈은 여전히 손 끝에 있는 바늘로 가서 대답을 해줬어.

그럼 난 엄마의 대답에 안심하며 또 노래를 불러.

그런데 엄마는 내가 부르는 노래의 끝에 또

 

"딴딴딴"

 

추임새를 붙이는 거야.

 

"하지 말라고 했잖아!!"

 

라며 어린 나는 엄마에게 짜증을 냈지.

엄마는 그런 날 혼낼 법도 한데 전혀 화내지 않고 이야기해.

 

"응, 그래. 알았어. 절대 안 할게."

 

그리고 내가 다시 기분 좋게 노래를 부르면 엄마는 여지없이

 

"딴딴딴" 

 

딴딴딴♬ (출처: 픽사베이)

 

ㅋㅋㅋㅋ

그걸 기억하고 어른이 되어 엄마한테 이야기했잖아.

 

엄마는 잊었던 기억이었는지 이걸 들으며 박장대소를 했어.

그리고 당신에 대해 

 

"어머, 얄밉다."

 

라고 이야기하며 웃었잖아.

 

"애 성격 버리게 왜 그랬데?"

 

라며 꺄르르~

나도 함께 꺄르르~

 

난 이 이야기를 들려줄 때

엄마가 웃어서 좋아.

그래서 그 이야기를 종종 하잖아.

그럼 엄마는 항상 꺄르르 웃어.

 

역시 노래는 독창이 아닌 합창! (출처: 픽사베이)

 

엄마

그 시절의 어린 엄마는 나랑 함께 노래를 하고 싶었던 게 아니었을까?

함께 공감하고 싶어서 그랬을 거라 생각해.

그런데 어린 난 그걸 모르고 엄마한테 짜증을 내고.

지금의 엄마는 미안해했지만 정작 미안해해야 하는 건 나야.

엄마랑 함께 노래를 부를 걸.

 

엄마는 노래를 참 잘해.

난 우리 엄마가 TV에 나오는 여느 트로트 가수보다 노래를 잘 부른다고 생각해.

진짜 사실이기도 하고 말이야.

엄마는 목소리가 참 좋아.

곱지.

 

그러고 보니 엄마랑 아빠랑 우리 가족 노래방 함께 간 게 손꼽힐 정도네..

아쉽다..

뭐가 그리 힘든 일이라고 그렇게 노래방에도 잘 안 갔데?!

에휴휴..

 

엄마.

우리 함께 딴딴딴 하며 노래 부르자♡

 

엄마, 우리 함께 딴딴딴 노래 부르자♡ (출처: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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