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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에게 부치는 스물네 번째 편지 - 어릴 적 엄마의 꿈 -

엄마에게 부치는 편지

by 푸른안개숲 2024. 1. 24. 2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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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예전에 한 번 엄마가 덤덤하게 어릴 적 꿈을 흘리듯 이야기해 줬잖아.

기억나?

 

엄마는 어릴 적에 피겨스케이팅 선수가 되고 싶었다고 이야기했어.

엄마는 이루지 못한 꿈에 대해 

아쉬운 표정도 없이

그 시절의 아득한 그리움도 없이

정말 덤덤하게

마치 오늘의 저녁 메뉴의 재료를 이야기하듯 덤덤하게 이야기했어.

 

엄마에게 참 어울렸을 것 같아. (출처: 픽사베이)

 

그런데 그 덤덤함이 난 괜스레 미안했어.

어릴 적 꿈이니까

엄마가 엄마의 삶을 살기도 전이었지.

 

하지만 말이야.

그래도 난 항상 어릴 때부터 엄마에게 미안했어.

나라는 존재가 없었더라면 

엄마는 좀더 자유로울 수 있지 않았을까?

나라는 족쇄에 묶여

가정이라는 새장에 갇혀서

맘껏 하늘을 누릴 수 있는 능력이 있음에도

날개를 꺾은 게 아니었을까?

난 항상 이런 생각으로 미안했어.

 

자유롭게 날개를 펼 수가 있었더라면. (출처: 픽사베이)

 

그래서 어린 시절의 엄마 꿈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아쉬움도 아득한 그리움도 당연히 있어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엄마는 나의 엄마로 사는 것에 만족해서 덤덤하게 이야기한 게 아니었을까?

 

나라는 존재가 뭐라고.....

엄마는 항상 나라는 존재를 세상 그 어떤 것보다도 

귀하고 소중하고 의미 있고 특별하게 여겨.

 

그런데 난 그게 참 미안했어.

엄마..

나의 엄마..

난 엄마의 사랑과 희생으로 무럭무럭 성장했어.

 

자식은 부모의 젊음을 거름삼아 

성장하는 존재.

아니, 부모의 젊음을 빼앗아 기생하는 존재.

 

그래서 감사하고 또 감사하면서도

너무너무 죄송스럽기도 해.

 

죄송해요. 미안해요. (출처: 픽사베이)

 

내 생명을 줄 수 있으면 좋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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