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예전에 한 번 엄마가 덤덤하게 어릴 적 꿈을 흘리듯 이야기해 줬잖아.
기억나?
엄마는 어릴 적에 피겨스케이팅 선수가 되고 싶었다고 이야기했어.
엄마는 이루지 못한 꿈에 대해
아쉬운 표정도 없이
그 시절의 아득한 그리움도 없이
정말 덤덤하게
마치 오늘의 저녁 메뉴의 재료를 이야기하듯 덤덤하게 이야기했어.
그런데 그 덤덤함이 난 괜스레 미안했어.
어릴 적 꿈이니까
엄마가 엄마의 삶을 살기도 전이었지.
하지만 말이야.
그래도 난 항상 어릴 때부터 엄마에게 미안했어.
나라는 존재가 없었더라면
엄마는 좀더 자유로울 수 있지 않았을까?
나라는 족쇄에 묶여
가정이라는 새장에 갇혀서
맘껏 하늘을 누릴 수 있는 능력이 있음에도
날개를 꺾은 게 아니었을까?
난 항상 이런 생각으로 미안했어.
그래서 어린 시절의 엄마 꿈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아쉬움도 아득한 그리움도 당연히 있어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엄마는 나의 엄마로 사는 것에 만족해서 덤덤하게 이야기한 게 아니었을까?
나라는 존재가 뭐라고.....
엄마는 항상 나라는 존재를 세상 그 어떤 것보다도
귀하고 소중하고 의미 있고 특별하게 여겨.
그런데 난 그게 참 미안했어.
엄마..
나의 엄마..
난 엄마의 사랑과 희생으로 무럭무럭 성장했어.
자식은 부모의 젊음을 거름삼아
성장하는 존재.
아니, 부모의 젊음을 빼앗아 기생하는 존재.
그래서 감사하고 또 감사하면서도
너무너무 죄송스럽기도 해.
내 생명을 줄 수 있으면 좋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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