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올해부터 내가 엄마의 차를 몰고 다니잖아.
그러면서 당연히 내가 앉아 있던 조수석을 보게 돼.
차 안에서 항상 왼쪽을 향해 보는 게 나에게는 익숙한 시선이야.
그런데 운전석에 앉으니 오른쪽을 향해 보게 되더라.
그러면서 이 시선이 엄마의 시선이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어.
엄마는 항상 오른쪽에서 날 바라보니깐 말이야.
실은 그 시선은 차 안에서만 한정되어 있는 시선이었잖아, 엄마와 나에게는.
왜냐면 옆에 서서 길을 걷거나 어디에서든 앉을 때나
나는 항상 엄마의 왼편이니까.
어릴 때부터 항상 엄마의 왼쪽은 내 자리였어.
엄마는 항상 그 자리를 나에게 내어 주고.
나는 항상 그 자리를 차지하고.
그런데 그게 아닌 곳이 자동차 안.
평소와는 다른 방향의 시선.
그리고 난 그곳에서 엄마의 시선으로 내가 원래 있던 조수석을 바라봐.
그러면서 생각해.
엄마의 시선 끝에는 조수석에 앉아 있는 내가 있구나.
그 순간 과거의 나는 내가 아니라 타자화된 나야.
난 그 순간만은 엄마의 입장이 되어 나를 바라 봐.
묘한 기분을 느껴.
엄마.
난 항상 엄마의 옆에 있고 싶어.
그게 오른쪽이든 왼쪽이든 상관없이.
아래쪽도 좋아.
하지만 뒷 쪽은 싫네.
엄마의 뒷모습만을 보는 건 슬퍼.
그런데 지금 난 엄마의 뒷 모습만 보고 있는 그런 느낌이야.
그래서 슬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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