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장이 좋지 못한 엄마는
종종 체하고 토하고 변비로도 고생을 하지.
장 가득 염증이 심해서 병원에 입원도 하고.
병원에서 여러 검사를 했지만
어찌할 수 없이 염증을 없애는 것만 유일하다는 의사의 말.
장의 움직임이 노인과 같다는 의사의 말.
의사들은 참 비유를 해도 간담 서늘하게 해.
이해를 요하기 위해서라곤 해도
참 삭막해.
병명을 말할 때, 직업상 어쩔 수 없지만
마치 입에서 말이 나오는 게 아니라 모래가 나오는 거 같아.
삭막하고 삭막해서 아주 건조한, 푸석거리는 모래를 뱉어내는 것 같아.
의사도 어떨까?
입안에서 서걱거리는 모래를 뱉는 기분이, 그 느낌이.
쉽지 않을 거라 생각해.
그들도 사람이니까.
마음이 있으니까.
아무튼 엄마
그렇게 일 년에 몇 번 입원과 퇴원을 하지.
...
그날,
사람들이 걱정을 했어.
나도 엄마 체질이지 않을까 하고.
외할머니도 복통이 있으셨다고.
얼굴도 낯선 친척이 전해준 이야기.
하지만 말이야, 엄마.
난 사실 이 이야기를 듣고 마음이 편했어.
아..
난 엄마랑 같구나.
엄마의 아픔을 이해할 수 있겠구나.
엄마 혼자 견뎌야 하는 아픔이 아닌,
나눌 수 있는 일이구나.
엄마.
난 참 다행이라고 생각해.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해.
이게 가족력인지는 모르겠어.
엄마는 미안해할지도 몰라.
하지만 엄마.
절대 엄마 탓을 하지 마.
엄마가 내가 물려준 것이 아닌,
내가 선택해서 가지는 거야.
그러니까 절대로 엄마.
엄마 탓으로 생각하고 마음 아파하지 마.
난 이마저도 엄마와 같고 싶어.
엄마와 똑같고 싶어.
그래서 난 참 안심했어.
그래서 난 진심으로 행복했어.
엄마랑 같아서.
엄마의 아픔을 나도 알 수 있어서.
마치 함께 견딜 수 있는, 함께 나눌 수 있는
기회가 생기게 되어서.
그러니까 엄마.
웃어 줘.
나처럼 말이야.
엄마,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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