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예전에 살던 집 기억나지?
엄마도 어리고 나도 어린 그때 2층짜리 건물에서 2층에 살았잖아.
그리고 옥상에는 또 하나 주택 형태의 집이 있고 말이야.
난 유치원도 가기 전이었던 거 같아.
엄마도 어린 그 시절.
어느 날 옥상에서 놀았던 가? 그럴 거야.
그런데 그 옥상에 딸린 3층에 살던 자매가 있었잖아.
하나는 나보다 나이가 많고 하나는 나보다 나이가 적었을 거야.
우리 집은 2층이라고 했던가?
아무튼 어쩌다가 집 이야기를 했는데
그 애들이 이 건물 다 자기네 거라고 이야기를 했었지.
그 애 엄마도 있었는지 없었는지 모르겠어.
어린 나이에 집에 대한 개념이 없던 나는
그저 우리 집인데 우리 집이 자기네 집이라고 이야기를 하네..
정도로만 생각했었어.
그리고 그 이야기를 엄마에게 했잖아.
사실 그때 엄마의 표정은 생각나지 않아.
하지만 이후 엄마는 그 말을 잊을 수가 없었다고 했지.
결국 자기네도 할머니집에 얹혀살면서 집을 자랑했다고
자신의 아이를 기죽였다고 생각했지.
그래서 엄마는 정말 그 후에 엄청난 재테크를 했잖아.
결국 엄마는 정말 어린 나이에 엄마 명의의 집을 샀지.
공부하고 공부하고,
아끼고 아껴서,
다시는 당신의 아이가 세 들어 산다는 소리를 듣지 않도록 만들었잖아.
엄마의 추진력과 결단력과 비범함이
폭발적으로 실현되는 순간이 아니었나 싶어.
감사하지. 감사하고.
감사할 따름이야.
물질적인 것뿐만 아니라 나를 위한 엄마의 노력에, 정성에, 열정에.
오늘도 난 집에 들어와.
그리고 집을 둘러봐.
감사히지. 감사하고.
감사할 따름이야.
이 모든 것에.
이전에도 지금도 이후에도..
엄마에게 부치는 이백서른두 번째 편지 - 눈썹 정리 - (0) | 2024.08.18 |
---|---|
엄마에게 부치는 이백서른한 번째 편지 - 늦은 오후 - (0) | 2024.08.17 |
엄마에게 부치는 이백스물아홉 번째 편지 - 불이 켜진 아파트 - (0) | 2024.08.15 |
엄마에게 부치는 이백스물여덟 번째 편지 - 열린 방문 - (0) | 2024.08.14 |
엄마에게 부치는 이백스물일곱 번째 편지 - 맞춤 구두 - (0) | 2024.08.13 |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