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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에게 부치는 이백스물아홉 번째 편지 - 불이 켜진 아파트 -

엄마에게 부치는 편지

by 푸른안개숲 2024. 8. 15.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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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언제였을까..

아주 어릴 때였던 거 같은데..

아닌가..

중학생 때였나..

잘 모르겠어.

 

늦은 밤 어두운 밤에 아파트 단지를 바라보면

거실에 불이 켜져 있어.

불이 켜진 집이 있는가 하면 꺼진 집도 있지.

그걸 빤히 바라보다가 보면

저 하나하나의 빛 속에 각자의 삶이 펼쳐지고 있다고 생각이 들더라고.

 

저기 불이 켜져 있네.

아.. 저기도 불이 켜져 있네.

한 가정의 삶이 불처럼 따뜻하게 느껴지는 게 아니라 힘겹게 느껴졌어.

왜였을까.

그 불빛이 따뜻하고 편안함이 아니라 고되게 느껴지더라.

그 안의 삶이 말이야.

 

엄마에게도 이야기했잖아.

아.. 저기 불이 켜져 있네.

저기도 사람들이 사나 보네.

저기도 불이 켜져 있고 저 안에 사람들이 살고 있겠네.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지..

 

네모난 공간에 네모난 삶이 있고 네모난 꿈을 꾼다. (출처: 픽사베이)

 

엄마는 말했잖아.

그건 외로운 건데.

 

그래, 엄마는 그렇게 말했지.

그건 외로운 건데.

 

엄마도 어린 시절에 그런 생각을 했기에

나의 마음을 단박에 알았던 것일까.

 

엄마의 외로움을 차마 다 이해할 수 없지만

엄마의 외로움을 다소 이해할 수 있었어.

그런데 이제는 감히 이해할 수 있다고 말하지 못하겠네..

 

난 왜였을까.

난 무엇이 감히 외로웠던 걸까.

난 무엇이 어처구니없게 외로웠던 걸까.

 

엄마.

오늘도 각각의 아파트에는 불이 켜지겠지.

각각의 이야기를 싣고 각각의 삶을 안고

그렇게 불이 켜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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