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언제였을까..
아주 어릴 때였던 거 같은데..
아닌가..
중학생 때였나..
잘 모르겠어.
늦은 밤 어두운 밤에 아파트 단지를 바라보면
거실에 불이 켜져 있어.
불이 켜진 집이 있는가 하면 꺼진 집도 있지.
그걸 빤히 바라보다가 보면
저 하나하나의 빛 속에 각자의 삶이 펼쳐지고 있다고 생각이 들더라고.
저기 불이 켜져 있네.
아.. 저기도 불이 켜져 있네.
한 가정의 삶이 불처럼 따뜻하게 느껴지는 게 아니라 힘겹게 느껴졌어.
왜였을까.
그 불빛이 따뜻하고 편안함이 아니라 고되게 느껴지더라.
그 안의 삶이 말이야.
엄마에게도 이야기했잖아.
아.. 저기 불이 켜져 있네.
저기도 사람들이 사나 보네.
저기도 불이 켜져 있고 저 안에 사람들이 살고 있겠네.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지..
엄마는 말했잖아.
그건 외로운 건데.
그래, 엄마는 그렇게 말했지.
그건 외로운 건데.
엄마도 어린 시절에 그런 생각을 했기에
나의 마음을 단박에 알았던 것일까.
엄마의 외로움을 차마 다 이해할 수 없지만
엄마의 외로움을 다소 이해할 수 있었어.
그런데 이제는 감히 이해할 수 있다고 말하지 못하겠네..
난 왜였을까.
난 무엇이 감히 외로웠던 걸까.
난 무엇이 어처구니없게 외로웠던 걸까.
엄마.
오늘도 각각의 아파트에는 불이 켜지겠지.
각각의 이야기를 싣고 각각의 삶을 안고
그렇게 불이 켜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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