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기억나?
우리 가족이 거실 소파에 모여 앉아 있을 때.
엄마는 소파에 앉아 있고
아빠는 그 아래 앉아서 소파에 등을 기대고 있고
난 엄마의 무릎을 베고 있을 때.
마치 엄마라는 나무에 주렁주렁 매달린 열매처럼 아빠랑 나랑 엄마에게 붙어서 있을 때ㅎㅎㅎ
엄마는 아빠의 고개를 뒤로 젖히고
앞머리를 쓸어 올린 후에
누워 있는 내 이마도 쓸어 올리곤 빤히 보잖아.
그리곤 항상 항상
정말 우주의 신비라도 이보다 신비로울 수 없다는 표정으로
어쩜 이마 라인이 이렇게 판박이야?!
하며 아빠 이마 라인을 손가락으로 따라 그린 후에
내 이마 라인도 손가락으로 따라 그리잖아.
여기 이 꺾이는 부분까지 똑같아!
언제나 언제나
신기한 듯 엄마는 말해.
주방 식탁에 앉아 있는 아빠의 이마 라인을 훑으며
거실에 앉아 있는 날 향해 외치잖아.
어쩜 이리 똑같아?!
침대에 누워 있는 내 이마 라인을 훑으며
거실에 있는 아빠를 향해 외치잖아.
이런 것까지 쏙 빼닮았어?!
엄마는 아빠랑 나랑 닮은 이마 라인을 보며
아주아주 경이롭게 바라봐.
그리고 난
거울 속에 내 모습을 보며 엄마를 그려.
얼마나 닮았어 그래~
엄마를 아는 지인분들도
나의 지인들도 이야기를 해.
내가 엄마를 쏙 빼닮았다고.
난 말이야, 엄마.
엄마랑 완전 판박이면 좋겠어.
정말 너무너무 똑같아서 구분이 안 갈 정도.
앞으로 평생.
나이를 먹을수록 더욱더.
그래서 거울 속에 내 얼굴을 보고 웃으면 좋겠어.
그럼 엄마가 웃는 거 같겠지?
그럼 엄마가 날 향해 웃는 거겠지?
그럼 난 엄마를 보는 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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