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엄마에게 부치는 이백일흔여덟 번째 편지 - 난산 -

엄마에게 부치는 편지

by 푸른안개숲 2024. 10. 3. 23:23

본문

반응형

엄마.

마르고 날씬한 엄마에게 

난 아주 크디큰 아기였잖아.

 

출산 예정일이 훌쩍 넘었지만 

뭐가 그리 엄마 뱃속이 좋은지 나오지 않은 나.

 

유도 분만 주사를 몇 번이나 맞았지만 

쉬이 나오지 않은 나.

 

엄마가 산부인과에 가면

어김없이 달려오는 아빠.

 

네가 아기 낳냐며 핀잔을 주는 회사 사람들이지만

항상 무시하며 일하다가도 중간에 달려온 아빠.

 

그리고 여전히 나오지 않는 나.

며칠이고 나오지 않는 나.

 

아마도 세상이, 빛이, 엄마 뱃속 세상이

너무나도 좋아서 그랬나 봐.

 

서로 처음 눈을 마주쳤을 때 어땠을까? (AI 이미지 생성)

 

그렇게 몇 날 며칠을 불효를 저지르더니

드디어 출산!

 

기진맥진한 엄마에게 간호사는 아기를 건네는데

으레 쪼글쪼글한 신생아가 아니라

아주 살이 올라 포동포동했다고 이야기하는 엄마.

 

힘없는 엄마를 

태어나는 순간부터 괴롭힌 거라 미안한 나.

 

몸 약한 엄마를

태어나는 순간부터 힘들게 한 거라 송구한 나.

 

그래도 엄마가 날 낳아줘서

내 엄마가 되어 주어서 

너무나도 감사한 나.

 

엄마랑 나랑 처음 만난 그날의 기억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뱃속에서만 듣던 목소리의 엄마에서

처음으로 눈으로 본 엄마의 모습은 어땠을까?

엄마는 나에게 어떤 말을 했을까?

엄마는 나에게 어떤 눈빛을 보냈을까?

 

모르긴 몰라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모습으로

가장 사랑한다는 말로

나를 따뜻하게 바라보았을 거라 생각해.

당연히 그렇게 생각해.

 

그 시절로 돌아가서 보고 싶다.

엄마와 내가 만나는 기적 같은 시간을 

담고 싶어.

내 마음에 담고 싶어.

 

고생했다고 애썼다고 이야기하고 싶어. (AI 이미지 생성)

반응형

관련글 더보기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