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어릴 적 나의 양반다리 위에 머리를 베고
엄마가 누웠던 거 기억나?
엄마는 나에게 부탁했잖아.
엄마 요기 나 있는 새치 뽑아 줘.
응응, 하며 나는 작은 손에 집게를 쥐고
엄마의 새치를 뽑았잖아.
검은 머리카락 사이사이에
간혹 있는 새치를
한 가닥 한 가닥 찾아서
집게로 뽁뽁 뽑았지.
이제 없다, 엄마. 하면,
엄마는,
여기도 있었던 거 같은데
찾아서 뽑아 줘.
그럼 난 다시 응응, 하며
진지하게 심혈을 기울여서 찾았어.
검은 머리카락 사이에 간혹 있는 새치를.
한 가닥 한 가닥
검은 머리카락을 휘적휘적거리며
힘들게 찾은 새치!
그런데 어느 순간
더 이상 엄마는 나에게 새치를 뽑아달라고 부탁하지 않았어.
더 이상 나는 엄마의 새치를 뽑지 않았어.
검은 머리카락 사이사이에
간혹 있던 '새치'는 더 이상 '새치'가 아니었기에.
세월의 야속함에
'새치'는 '흰머리'가 되었고
엄마의 머리카락엔 집게 대신 염색약이 덮혀졌어.
검게 변한 머리카락이
되려 젊게 보이면서도
그것에 눈물짓게 되는 난,
세월에 야속함에 속상한 난,
그저 엄마를 너무 사랑하는 자식이야.
하지만 나보다 엄마가 더 속상하겠지.
티 내지 않는 엄마가 더 속상하겠지.
자식이란 부모의 젊음을
먹고사는 존재 같아.
부모의 젊음을 양분 삼아
그렇게 커가는 존재.
부모는 늙어가고
자식은 자라나고.
그게 너무 미안하고 송구해
슬플 뿐이야.
어떠한 것도 하지 못하고
그저 슬퍼할 뿐이야.
할 수만 있다면,
가능만 하다면,
나의 젊음을 나누어 주고 싶은데
나의 삶을 나누어 주고 싶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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