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기억나?
내가 초등학교에 들어가서
시험이란 걸 처음으로 경험한 게 받아쓰기였잖아.
유치원에서는 받아쓰기를 한 적이 없었는 걸~.
유치원에서는 시험이란 게 없었는 걸~.
그래서 학교에 들어가서
처음으로 시험이란 걸 경험하게 되었어.
그런데 요게 요게
아주 재미있었나 봐 ㅎ
집에 돌아와서
교과서를 엄마한테 주면서
여기에 있는 단어 10개 읽어 달라고 했잖아.
그럼 내가 받아쓰기한다고 ㅎ
그래서 엄마가 불러준 기억이 나.
처음에는 단어였지.
사과, 나무, 딸기, 원숭이, 토끼 등등..
항상 틀리는 단어가 토끼였잖아.
엄마는 항상 틀리는 이 단어를 또박또박 한 자씩 발음해 줬잖아.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왜 그렇게 헷갈리던지 ㅎㅎ
쓸 때 항상 생각을 했어. 토키? 또키? 또끼?
그러는 새에
단어는 어느새 문장이 되었어.
엄마는 귀찮아하는 기색 없이
부단히도 날 위해
단어를 불러주고
문장을 불러주고
채점도 해 주었잖아.
그렇게 나의 학습은
엄마와 함께 시작되었어.
기억나.
큰 깍두기 같은 공책에
연필로 꾹꾹 눌러쓰던 그 시절이.
매일 학교 가기 전
책가방을 싸 주던,
연필을 깎아서 필통에 가지런히 넣어주던
엄마가.
감사해.
감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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