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어릴 때 종종 눈을 뜨고 일어나면
엄마는 느긋한 표정으로
따스한 햇살이 내리쬐는
주방 식탁에 앉아
에이스를 커피에 찍어
여유롭게 먹었어.
낮잠을 자고 일어나
눈을 비비며 방에서 나오는 나를 보며
엄마는 반가운 미소를 지으며
일어났어? 잘 잤어?
하며 의자에 앉은 채 팔을 벌려 날 불러.
엄마의 미소가 좋아 나도 덩달아 웃으며
쪼르르 달려가서 엄마에게 폭 안겨.
엄마는 으쌰, 하며 날 무릎에 앉히고
볼에 뽀뽀를 해 줘.
난 기분이 좋아 허공에 발을 파닥파닥 거려.
그리고 엄마는 다시 느긋하게 에이스를 커피에 찍어
여유롭게 베어 물어.
먹을래? 줄까?
난 응, 하며 대답하고는 입을 벌리면
엄마는 커피에 찍지 않은 에이스를
내 입에 쏙 넣어주잖아.
가끔은 내가 엄마 먹는 것처럼
커피에 찍은 걸 달라고 보채면
이번 한 번뿐이라며
엄마는 커피에 살짝 찍은 에이스를
내 입에 넣어줘.
입 안 가득 퍼지는 커피 향과 살살 녹는 에이스를
음미하듯 나 역시 엄마처럼 느긋하게 맛을 즐겨.
그 느긋함이
그 여유로움이
그 향기로움이
그 포근함이
마치 오늘과 같은 주말 같아.
엄마에게 부치는 이백아흔 번째 편지 - 금수저와 흙수저 - (38) | 2024.10.15 |
---|---|
엄마에게 부치는 이백여든아홉 번째 편지 - 전화 통화 - (19) | 2024.10.14 |
엄마에게 부치는 이백여든일곱 번째 편지 - 효도란 - (28) | 2024.10.12 |
엄마에게 부치는 이백여든여섯 번째 편지 - 포대기 - (24) | 2024.10.11 |
엄마에게 부치는 이백여든다섯 번째 편지 - 로션 촵촵 - (37) | 2024.10.10 |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