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어젠 참 잠이 안 오는 날이었어.
아니, 밤에 일찍 잠자리에 들어서 그런가. 자주 깼어.
잠깐 자고 일어나려고 1시가 좀 넘어서 잠자리에 들었어.
1~2시간만 자고 일어난다는 게 결국 눈을 뜨니 4시가 되었어.
잠깐 일어나서 사부작사부작 남은 일처리를 한 다음에
그러고 다시 누운 게 6시였나? 7시였나?
오늘 친구와 약속도 있고 해서
그냥 깬 거 휴대폰 좀 보다가 쉬다 아침 먹고 하자.. 고 했는데
어느새 또 살포시 잠이 들었나 봐.
눈을 떴을 때 이미
어스름한 어둠을 몰아내고 거실에 햇살이 들어와
마치 따뜻한 봄날 같았어.
그런데 말이야, 엄마.
내가 눈을 뜬 건 햇살 때문이 아니었어.
내 귀에 고향집에서 익히 듣던 소리가 들리는 거야.
엄마가 화장실에서 세숫대야에 물을 담아 놓고
손으로 걸레를 치대는 소리가 들리는 거야.
그 소리가 귓가에 들어왔어.
물이 세숫대야에 부딪히고
물공기를 품은 걸레가 공기랑 물과 마찰을 일으키며
일정하게 반복적인 멜로디를 만들어 내는,
그 걸레를 치대는 소리가 들렸어.
귓가에 맴도는 그 소리에 눈을 떴고
봄날 같은 햇살이 거실로 스며들어왔고
그 속에서 나는 몽롱한 상태로 눈을 떴어.
가위에 눌렸지만 심하지 않은 가위랄까.
아니면 그 상황이 그저 꿈 같이 좋아서
가위에 눌려도 아무렇지 않았다고 할까.
그런 몽환적인 공간에
두둥실 뜬 기분으로 눈을 꿈뻑이다가 일어났어.
그리운 소리를 들으며 일어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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