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가끔 대답하기 난감한 질문들이 있잖아.
어떤 사람에겐 왜 결혼 안 했냐는 질문이,
어떤 사람에겐 왜 아이를 안 낳냐는 질문이,
대답하기 난감한 질문이겠지.
왜, 왜, 왜..
이유를 말해주기 바라는 질문들이
간혹 이유가 없어서
혹은 스스로도 이유를 알 수 없어서
대답을 못하는 경우도 있잖아.
그런데 난 요즘
괜찮냐는 질문에 대답을 하기가 참 어려워.
괜찮아..?
많은 이들이 묻는 건 아니니까 그리 걱정하지 마, 엄마.
그렇지만 가끔 듣게 되는 이 질문이 참 대답하기 어려워.
나를 배려해 조심스레 묻는 질문,
걱정과 염려가 담긴 마음이 비추어지는 질문,
괜찮아..?
질문을 한 이의 안심을 위해서
그럼 난 부응하듯이 괜찮다고 이야기를 해야 하는 걸까?
전혀 괜찮지 않은데도 말이야.
밥 먹었냐는 인사말에 식사 여부와 상관없이 밥 먹었다고 대답하는,
그런 정해진 대화쌍으로 대화를 구성해야 하는 걸까.
난 잘 모르겠어, 내가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괜찮아..?
엄마.
내가 대답하기 어려운 건 괜찮다는 게 뭐인지 모르겠다는 거야.
무엇이 괜찮음의 범주에 들어가는 걸까?
도대체 괜찮다는 게 뭘까?
어떻게 해야 괜찮은 걸까?
어떻게 해야 괜찮아질 수 있는 걸까?
나는 괜찮음의 정의도, 괜찮아짐의 방법도 모르겠어.
괜찮아..?
시간은 되돌릴 수도 없고, 현재는 바꿀 수도 없는데..
이전의 괜찮은 시간이 더 이상 나에게는 불가능한데..
내가 어떻게 괜찮을 수 있을까.
어떻게 해야 괜찮아지는 걸까.
괜찮아..?
아니, 안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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