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엄마 생신날에
내가 엄마에게 금 귀걸이를 선물했잖아.
엄마가 젊은 시절에 했다가
어느 순간 사라진 동그란 디자인의 금 귀걸이.
그게 생각나서
사서 드렸지요~
고맙다는 엄마.
뿌듯한 나.
그런데 엄마가 착용하는 걸 못 봤어.
그렇지?
그래서 내가 물어봤잖아.
왜 안 하냐고.
그러니까 엄마는 얼버무렸어.
불현듯 스치는 기억에.
없앴어? 물었잖아.
그날의 며칠 전에
엄마가 나에게 금팔찌를 선물한 게 떠올랐어.
설마 그 금 귀걸이 녹여서 만들었어?
라고 했더니
엄마는 그제야 맞다고 얘기했지.
왜 엄마가 하고 다니지
그걸 또 그렇게 녹여서 다른 걸 해.
아님 엄마 걸 만들던가 하지.
엄마는 딴청을 부리며
나의 손목에 팔찌를 걸어주며
연신 예쁘다고 했잖아.
아이고 잘 어울리네.
예쁘다, 예쁘네.
잘 어울린다.
아끼지 말고 막 하고 다녀.
엄마..
어쩌면 젊은 시절에 사라졌던 엄마의 그 금 귀걸이도
나에게 주어진 건 아니었을까.
엄마의 삶에서
엄마가 누릴 수 있는 것을
얼마나 나에게 양보하며
살아온 걸까.
난 얼마나 더 살아야
엄마의 그 모든 희생을 알 수 있을까.
엄마의 그 모든 희생에 보답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해야 감히 조금이라도 갚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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