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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에게 부치는 삼백스물네 번째 편지 - 괜찮아 -

엄마에게 부치는 편지

by 푸른안개숲 2024. 11. 18. 2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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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가끔 대답하기 난감한 질문들이 있잖아.

 

어떤 사람에겐 왜 결혼 안 했냐는 질문이,

어떤 사람에겐 왜 아이를 안 낳냐는 질문이,

대답하기 난감한 질문이겠지.

 

왜, 왜, 왜..

이유를 말해주기 바라는 질문들이

간혹 이유가 없어서 

혹은 스스로도 이유를 알 수 없어서

대답을 못하는 경우도 있잖아.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에 침묵하기. (출처: 픽사베이)

 

그런데 난 요즘

괜찮냐는 질문에 대답을 하기가 참 어려워.

 

괜찮아..? 

 

많은 이들이 묻는 건 아니니까 그리 걱정하지 마, 엄마.

그렇지만 가끔 듣게 되는 이 질문이 참 대답하기 어려워.

나를 배려해 조심스레 묻는 질문,

걱정과 염려가 담긴 마음이 비추어지는 질문,

 

괜찮아..?

 

질문을 한 이의 안심을 위해서

그럼 난 부응하듯이 괜찮다고 이야기를 해야 하는 걸까?

전혀 괜찮지 않은데도 말이야.

밥 먹었냐는 인사말에 식사 여부와 상관없이 밥 먹었다고 대답하는,

그런 정해진 대화쌍으로 대화를 구성해야 하는 걸까.

난 잘 모르겠어, 내가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괜찮아..?

 

엄마. 

내가 대답하기 어려운 건 괜찮다는 게 뭐인지 모르겠다는 거야.

무엇이 괜찮음의 범주에 들어가는 걸까?

도대체 괜찮다는 게 뭘까?

어떻게 해야 괜찮은 걸까?

어떻게 해야 괜찮아질 수 있는 걸까?

나는 괜찮음의 정의도, 괜찮아짐의 방법도 모르겠어.

 

괜찮아..?

 

시간은 되돌릴 수도 없고, 현재는 바꿀 수도 없는데..

이전의 괜찮은 시간이 더 이상 나에게는 불가능한데..

내가 어떻게 괜찮을 수 있을까.

어떻게 해야 괜찮아지는 걸까.

 

괜찮아..?

아니, 안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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