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우리는 얼마나 많이 다른 사람에게 힘내라는 말을 할까.
난 하루에도 몇 번씩 하는 것 같아.
힘내.
힘내.
힘내.
나 역시도 듣고
나 역시도 말하는
인사 같은 말, 힘내.
그러나
TV 프로그램이나 유튜브 혹은 글을 통해
전문가들은 마음이 아픈 사람에게 가슴이 슬픈 사람에게
힘내라는 말을 하지 말라고 하잖아.
이미 그 사람들은 충분히 힘내고 있다고
그러니까 힘내라는 말을 하지 말고 공감, 이해 등의 말을 하라고.
그런데 말이야, 엄마.
힘내라는 말이 적절하지 않은 말일까.
그 사람의 인생을 모르면서 공감할 수 있을까.
그 사람이 아니면서 이해할 수 있을까.
또한 자신의 속마음을 말하지도 않으면서
왜 이해받기 바라고 공감받기를 바랄까.
상대가 무슨 수로 알까.
정작 자신의 마음임에도 잘 모르겠는 것이 인간인데.
나도 힘내고 있다고.
그런데도 안 되고 있다고..!
이렇게 마음속으로 아무리 외친 들 누가 알아줄까.
평등한 관계의 사람 사이에서
한 명은 온전히 이해받는 자,
또 다른 한 명은 온전히 이해해 줘야 하는 자,
그런 게 성립될 수 있을까.
직업적으로는 가능도 한 관계겠지.
하루에도 몇 번씩 인사말처럼 하는 말, 힘내.
하지만 많은 말을 삼키고 많은 생각을 하다가
결국 힘겹게 떼는, 누군가에게 조심스럽게 던질 수도 있는 말, 힘내..
난 말이야, 엄마.
힘내라는 말이 썩 나쁘지 않아.
아주아주 흔한 말일 수도 있지만
그 말은 서툰 응원의 마음이 담겨 있다고 생각하거든.
그리고 더 솔직히 말하자면,
남에게 나의 속마음을 잘 이야기하지 않는 내가
그러면서 나의 속마음을 상대가 이해하고
내 감정에, 내 슬픔에, 내 우울에 공감받기를 바라지 않아.
그건 너무 염치없고 불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하거든..
오늘도 많이 들은 말, 힘내.
오늘도 많이 한 말, 힘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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