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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에게 부치는 삼백서른다섯 번째 편지 - 눈사람 그리고 사진기와 사진 -

엄마에게 부치는 편지

by 푸른안개숲 2024. 11. 29. 2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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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이번 겨울 첫눈을 보며 불현듯 옛 기억이 떠올랐어.

내가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이었을 거야.

유치원? 아니면 그보다 더 어릴 때?

 

엄마가 쌓인 눈을 그러모아다가 조그마한 눈사람을 만들어줬잖아.

그리고 그걸 내 방 창틀에다가 올려줬어.

아침이었을까? 아님 낮잠이었을까?

자다가 눈을 뜨고 처음으로 본 눈사람.

 

엄마의 손끝은 빨갛게 얼고,

엄마의 코 끝도 빨갛게 얼고,

엄마의 두 뺨도 빨갛게 얼었지만

날 보며 미소 짓는 엄마의 표정은 화사했어.

 

날 향해 두 손에 올려진 눈사람을 보여주는 엄마.

그 미소가 너무 환해서 태양 같았어.

 

그리고 아빠는 그 모습을 사진으로 찍었잖아.

 

이렇게 옛날 사진기를 본 적은 없지만 그리운 건 뭘까? (출처: 픽사베이)

 

엄마, 사진은 말이야. 

날 그 시간으로 쉽게 돌려놓아.

그날의 나로, 그날의 하루로 돌려놓아.

 

어쩔 수 없지.

사진기가 흐르는 시간을 붙잡아 

사진에 넣었으니까.

그래서 그 시간은 멈추어 있어.

그렇지, 엄마.

 

엄마도 나에게 사진기야.

엄마와의 모든 흐르는 시간을 붙잡아

추억이라는 사진을 나에게 한아름 안겨줘.

 

내 주변에, 내 마음에, 내 심장에

한가득 안겨 있어.

 

추억 한 장. (출처: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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