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 생각해 보면 말이야, 엄마.
우리집에는 생일에 미역국을 먹는데 아침이 아니라 꼭 저녁이었어.
보통은 생일 아침에 먹는데 말이야.
뭐 '보통'이라는 게 '정답'은 아니지만 말이야.
그러한 생각도 있고, 어릴 때부터 그랬기 때문에 별 생각이 들지 않았던 것도 있어.
그리고 좀 더 커서는
그냥 엄마만의 이유가 있겠거니 하고 묻지 않았어.
그런데 오늘 이유를 알았어.
아빠가 이야기해 줬어.
운전하는 아빠를 위해 미끄러지지 말라고 아침이 아닌 저녁에 미역국을 해줬다는 걸.
그렇게 해 왔다는 걸.
시험날에 미역국을 먹으면 미끄러진다는 이야기가 있듯이
운전하는 아빠가 혹여나 사고 날까 봐 염려가 된 엄마의 마음이었어.
그게 미신이든 뭐든 상관없이
마음에 찝찝한 것은 하지 않은 거지.
그리고 가장 해 주고 싶은 걸 하는 거지.
그래서 그렇게 계속 해 온 거네, 엄마는.
그래서 우리집의 생일날 미역국은 아침이 아니라 저녁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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