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불가_대중문화와 대중매체의 불가항력적 가합

늦은 밤 시끄러운 소리가 들으면엄마는 조용한 목소리로 오밤중에 웬 난리지 라고 이야기를 해. 야행성인 내가밤에 무언가를 조물딱거리면 이 오밤중에 왜 안 자고 있어? 라며 염려스럽게 물어봐. 엄마.여전히 나는 늦은 밤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어. 어릴 때와는 다른 이유로 잠 못 들고 있지만늦은 밤 잠을 이루지 못하는 상황은 같네. 다른 게 있다면점점 무리가 느껴지는 것과엄마의 걱정 가득한 목소리가 듣고 싶다는 거. 오밤중에 난 또 뜬 눈으로 지내.

엄마에게 부치는 편지 2025. 5. 6. 14:52

엄마.그러고 보면 당연하다고 생각하지만 당연하지 않은 것이 있어. 침대 위에서 뭘 먹는 거. 난 침대 위에서 뭘 먹지 않는 게당연하다고 생각하고누군가는 먹을 수도 있는 게당연하다고 생각하겠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별거 없어.집에서 그런 적이 없으니까. 이 역시 마찬가지로생각해 보면 엄마가 나에게 말로 한 적은 없네. 그저 그렇게 커 왔고, 키워져 왔고그래서 그게 너무나도 당연한,몸에 스며들듯이 그렇게 되었구나.. 엄마..스스로 터득되는 건 하나도 없더라.말이든 행동이든 어떠한 형태든모두 엄마가 다 가르쳐 준 거란 게 진실이더라.

엄마에게 부치는 편지 2025. 5. 5. 22:55

엄마.두 번째 맞이하는 석가탄신일이야. 음..이번엔 절에 가지 않았지만 말야. 대신 커피숍에 가서 일을 했어.선물 받은 디저트를 주문했더니 해당 상품은 이제 판매를 안 한대. 그래서 의미를 부여하자면,주식이자 간식이 될 수 있는감자빵으로 주문했어. 또한 주문(대기)번호에 의미를 부여하자면,108 번뇌일까? 108배일까? 오늘 하루도 이렇게 저물어가고 있어.108번 생각을 하며..

엄마에게 부치는 편지 2025. 5. 5. 22:37

엄마.며칠 전에 지인들과 이야기를 하다가길에서 뭘 먹으면서 걷는 것에 대해 이야기를 했어. 이게 이야기의 핵심 주제는 아니었는데어쩌다가 이야기가 흘러 흘러 스치듯 지나간 이야기였어. 그 이야기를 들었는데문득 생각해 보니 난 길에서 걸으면서 뭔가를 먹는 걸 안 하더라고.어른이 되고 나서 음료를 마시며 걸은 적은 있지만길에서 음식을 먹으며 간다든가길에 서서 뭔가를 먹는다든가 그렇게 한 적이 어릴 땐 전혀 없었던 기억이 났어. 그런데 또 잘 생각해 보면엄마가 하지 말라고 한 적도 없어. 다만 시장에서 핫도그를 사든 도넛을 사든엄마는 길에서 절대 먹지 않았던 기억이 나. 그래서였구나.나에게 이야기를 하진 않았지만그러한 엄마의 모습을 보며스며들듯이 배웠구나..가르침을 받았구나..싶었어. 한 마디의 말보다엄마는 ..

엄마에게 부치는 편지 2025. 5. 4. 22:35

엄마.엄마의 숙제이자 나의 숙제인 진미채 ㅎㅎ 이가 약하면서도내가 너무나 좋아하는 반찬이라어떻게 해야 조금 덜 딱딱하게,조금 더 부드럽게 만들어야 할지고민을 하는 엄마와 이가 약함에도 불구하고 그저 먹고 싶고 먹고 싶어항상 만들어달라고 보채는 나는 창과 방패일까? 문제는 이런 경우 나의 승이 너무 확실하다는 거! ㅎ 고민에 고민을 하는 엄마의 반찬, 진미채!물론 몇 번을 하고 엄마는 진미채를 부드럽게 하는 방법을 알아버렸지만진미채는 한동안 엄마의 숙제거리였지~. 엄마가 만들어준 진미채 먹고 싶다.

엄마에게 부치는 편지 2025. 4. 29. 18:07

봄이 오는 소리를봄이 오는 공기를누구보다 먼저 느끼는 엄마. 엄마는 만물이 피어나는 모든 순간을경이롭게 바라봐. 나뭇가지에 돋아나는 푸르른 새싹에도 감동하고꽃가지에 돋아나는 자그마한 꽃망울에도 감동해. 생명의 탄생을,한 겨울 움츠리고 있다가조금씩 기지개 켜는 자연을,엄마는 언제나 응원하고 응원해. 작은 생명 하나 허투루 보지 않고,낮추어 보지 않는 엄마의 눈에아름답지 않은 것이 있을까?소중하지 않은 것이 있을까? 길을 가다가 피어나는 들꽃에게도엄마는 곱다 곱다 어여쁘다 어여쁘다 이야기해. 내 손을 잡고 내 눈을 맞추고깨어나는 생명을그 경이로운 순간을나도 느낄 수 있게 언제나 따스하게 알려 줘. 엄마.내가 엄마의 감성을 조금이라도 물려받았더라면내가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아주 많이 달라졌겠지.

엄마에게 부치는 편지 2025. 4. 27. 20:05

엄마,어릴 때 말이야.내가 생각하는 어른은 말이야. 껌 한 통에 들어있는 껌을담대하게 한 번에 다 까서 거침없이 챱챱 씹어서훌륭하게 큰 껌 풍선을 터뜨리지 않고능숙하게 잘 불 수 있는,그런 거라 생각했어. 이제는 턱관절을 생각하고 있지만 말이야.그땐 그랬어^^;;

엄마에게 부치는 편지 2025. 4. 27. 16:42

엄마.지난주 금요일에 지인과 식당에 갔는데 당귀가 있는 거야.어찌나 반갑던지~. 채소를 별로 좋아하지 않던 내가어릴 적부터 드물게 좋아하는 채소 중에 하나인 당귀라 굉장히 반가웠어. 예전에 어떻게 먹게 되었더라..그 시작점이 뭐더라..아빠 친구분이 주셨나? 아니면 선산에 있었나? 알싸한 맛이,조금은 약재의 맛이 너무 좋더라. 제철에 엄마가 챙겨주는 당귀를 지난주에 우연히 먹게 되었어.난 이제 많은 것들을 우연히 먹게 되겠지.가끔은 달콤하게가끔은 코끝이 시리게그렇게 먹겠지..

엄마에게 부치는 편지 2025. 4. 23. 19: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