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마,
어릴 때 엄마가 시켜준 세수가 어른이 된 지금도 그리울 때가 많아.
어릴 때 화장실 바닥에 쭈그리고 앉아서 목을 쏙 빼고 있어.
그리고 목에는 수건을 두르고 말이지ㅎㅎ
그럼 엄마가 내 목덜미 쪽에는 한 손을 두고 그리고 다른 한 손으로는 내 얼굴을 쓱쓱 문질러 주었잖아.
처음에는 물로 쓱쓱
그리고 다음에는 비누를 묻힌 손으로 쓱쓱
다시 물로 쓱쓱
마지막으로 깨끗한 물로 또 한 번 쓱쓱
난 어푸어푸
엄마의 행동에 맞추어 숨을 꾹 참고
그리고 다음에 어푸어푸
얼굴이 끝나고 나면 그다음은 손이잖아.
내가 고사리 같은 손을 내밀면
엄마는 당신 손에 비누를 묻힌 후
그 손으로 내 두 손을 문질러
크게 비누 거품을 내지 않아도 뽀득뽀득
기도하듯 두 손을 겹치고 문질문질
그리고 다시 각각의 한 손을 문질문질
엄마의 손이 내 얼굴을 소중하게 문질문질하는 느낌이 좋아서 난 가만히 있어. 어푸어푸.
엄마의 손이 내 손을 감싸는 느낌이 좋아서 난 가만히 있어. 뽀득뽀득.
내가 학교에 다닌 후에도 집으로 들어오면
엄마가 가끔 화장실에서 내 손을 내밀게 해서 씻어줄 때가 있었잖아.
난 그럼 손을 쏙 내밀어서 엄마에게 맡기고 말이야 ㅎㅎ
청소년이 되었지만 난 그렇게 내 손을 씻어주는 게 좋았어.
비누를 조금 묻혀도 미끌미끌 내 손을 감싸서 씻겨주는 그 감촉이 좋아.
어른이 된 다음에도 괜히 엄마가 화장실에 뭔가 씻고 있으면 손을 내밀 때가 있잖아?
그럼 여지없이 엄마는 어릴 때처럼 내 손을 씻어 줘.
엄마,
난 그게 참 좋아.
내 손을 감싸는 엄마의 감촉이 너무 좋아♡
이미 훌쩍 커버린 딸의 큰 손을
여전히 작디 작은 어린 시절의 작은 손을 씻기듯
살살 뽀득뽀득 문질문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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