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엄마에게 부치는 쉰아홉 번째 편지 - 뭉뚝한 칼끝-

엄마에게 부치는 편지

by 푸른안개숲 2024. 2. 28. 23:26

본문

엄마,

엄마가 나에게 사준 식칼의 끝은 

예리함과는 다르잖아.

칼날의 뾰족함이 아닌 뭉뚝한 칼끝.

 

칼의 뾰족한 부분을 살짝 부러뜨리고

뭉뚝하게 갈아서 

전혀 식칼의 예리함을 찾을 수가 없잖아ㅎㅎㅎ

 

여리디 여린 존재로 보호받고 자란 나. (출처: 픽사베이)

 

난 나에게 사준 식칼이 다 왜 끝이 이렇게 둥글둥글할까 생각했어.

엄마에게 물어도 봤잖아.

엄마는 그래야 위험하지 않다고 했고.

에이~ 뭐가 위험하겠어? 라고 나는 말하며 그래도 그걸 사용하고.

 

그런데 잘 갈린 식칼을 사용한 일이 있었어.

그리고 알겠더라.

그게 정말 얼마나 위험한지.

요리 한 번 하면서 왼쪽 손만 세 군데를 찍혔어.

'베였다'가 아니라 정말 말그대로 '찍혔다'였어.

 

엄마가 지켜주는 세상에서 무사하고 안전하게 사는 나. (출처: 픽사베이)

 

예리한 식칼의 끝에 여기 저기 손이 찍혀 피가 나면서 알았어.

엄마는 이 모든 걸 겪었구나..

그래서 나에게는 이런 일을 겪지 않게 해 주셨구나..

엄마의 보호에

난 지금껏 무사했구나..

난 지금껏 안전했구나..

 

엄마..

고마워..

엄마의 아픔과 고통이 시행착오가 되어

나에게는 그런 아픔과 고통을 경험하지 않도록

그렇게 나를 지켜 주셨구나..

정말 고마워..

정말 고마워..

 

엄마라는 나의 세상, 엄마라는 나의 우주. (출처: 픽사베이)

관련글 더보기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