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엄마가 나에게 사준 식칼의 끝은
예리함과는 다르잖아.
칼날의 뾰족함이 아닌 뭉뚝한 칼끝.
칼의 뾰족한 부분을 살짝 부러뜨리고
뭉뚝하게 갈아서
전혀 식칼의 예리함을 찾을 수가 없잖아ㅎㅎㅎ
난 나에게 사준 식칼이 다 왜 끝이 이렇게 둥글둥글할까 생각했어.
엄마에게 물어도 봤잖아.
엄마는 그래야 위험하지 않다고 했고.
에이~ 뭐가 위험하겠어? 라고 나는 말하며 그래도 그걸 사용하고.
그런데 잘 갈린 식칼을 사용한 일이 있었어.
그리고 알겠더라.
그게 정말 얼마나 위험한지.
요리 한 번 하면서 왼쪽 손만 세 군데를 찍혔어.
'베였다'가 아니라 정말 말그대로 '찍혔다'였어.
예리한 식칼의 끝에 여기 저기 손이 찍혀 피가 나면서 알았어.
엄마는 이 모든 걸 겪었구나..
그래서 나에게는 이런 일을 겪지 않게 해 주셨구나..
엄마의 보호에
난 지금껏 무사했구나..
난 지금껏 안전했구나..
엄마..
고마워..
엄마의 아픔과 고통이 시행착오가 되어
나에게는 그런 아픔과 고통을 경험하지 않도록
그렇게 나를 지켜 주셨구나..
정말 고마워..
정말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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