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기억나?
우리 산책하다가 지진 경험한 적이 있잖아.
경주에서 큰 지진이 나서 인근 도시에서도 그 여파가 있었던 그 지진.
경주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엄청 느꼈잖아.
여진으로 인해 계속 계속.
아무튼 엄마랑 저녁 산책을 하려고 나왔는데,
아파트 단지에 들어가는 순간 지진을 느꼈어.
진짜 놀란 게 고층 아파트가 눈앞에서 흔들흔들 손을 흔들었지.
엄마랑 나랑 놀라서 손을 꼭 잡고 우리한테 인사하는(?!) 아파트 건물들을 봤어.
사람들이 아파트 입구로 뱉어지듯 나오고
우리 모두 불안한 눈으로 건물을 쳐다보았어.
잘 생각하면 땅을 봐야 하는데 말이야.
아닌가? 무너지는 건 고층 건물이니 건물을 보는 게 맞으려나?
어찌 되었든 잠잠해지자 아파트로 다시 쏙쏙 들어갔지만
다시 이후에 흔들리는 지진으로
또 튀어나왔잖아.
그때는 일 끝나고 돌아온 아빠도 있었지.
한동안 그렇게 아파트를 들락날락.
사람들은 불안불안.
엄마.
그게 벌써 2016년도로 8년 전이더라고~
시간 참 빠르다.
벌써 8년 전의 일이라니..
엄마는 그때 이런 이야기를 했잖아.
우리나라에서 가끔 있는 지진이 일본에는 자주 있으니 참 불안하겠다, 그 사람들은.
내 직업과 관련해서 자연스럽게 그들이 연상되어 이야기를 해 줬잖아.
엄마의 이야기를 들으며 나도 생각했어.
정말 온전한 정신이 아닐 수밖에 없겠다고 말이야.
어디에 살든지 온전한 정신으로 살기에는 힘든 불안정한 요소들이 있는 거 같아.
우리가 볼 때 일본이 그렇다면,
다른 나라에서 볼 때는 한국의 국가적 정세가 그렇겠지, 우린 아직 분단 국가니까.
그리고 아직도 여러 나라에서는 내전이, 그리고 전쟁이 터지고 있으니까.
그런데 엄마.
국가적인 상황이 아니더라도
개인적인 상황으로도 온전한 정신으로 살기는 참 힘들다고 알게 되었어.
막연히 그럴 것이다가 아닌
정말 그러하다는 걸 알게 되었어.
엄마..
난 그날 이후 엄마의 손을 불안하게 잡던 그날처럼
나의 세상은 그 지진처럼 흔들려.
혼자서 그 흔들림을, 그 불안을 느끼고, 느끼고, 느끼고 있어.
그렇게 매일매일을 흔들림과 불안한 세상에 살고 있어..
엄마가 제일 사랑하는 딸이니까
엄마가 제일 믿는 딸이니까
엄마가 제일 자랑스러워하는 딸이니까
난 견디고 있는데..
견디고 있지만..
견뎌야 하는데..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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