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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에게 부치는 예순세 번째 편지 - 신맛 -

엄마에게 부치는 편지

by 푸른안개숲 2024. 3. 3. 2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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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엄마는 신 과일을 좋아하잖아.

자두, 포도, 귤, 아오리 사과 등등..

점점 새콤한 맛에 약해지기 시작했기만 엄마는 신 과일을 좋아하잖아.

 

반면 난 애초에 신 과일을 먹을 수가 없었어.

앞서 말한 과일을 포함해 바나나나 수박을 제외하고 거의 과일이 시게 느껴질 정도니까.

 

싱그럽고 상큼한 과일을 보면 엄마가 떠올라. (출처: 픽사베이)

 

엄마는 종종 나에게 이야기하잖아.

어릴 때 옥상에서 엄마는 빨래를 널고 있고

유모차에 앉은 나에게 귤을 쥐어주고 먹게 했다고.

한참 빨래를 널고 뒤돌아 나를 보았는데

내가 귤을 쥔 채 경기를 하고 있었다고 했잖아.

엄마는 너무 왜 그러는지 몰라 놀랐다고.

그리고 이후에 이유를 알았다고.

바로 귤 때문에.

 

난 애초에 신맛을 감당하지 못해.

그건 아빠 닮았지.

아빠가 신맛을 전혀 견디지 못하잖아.

 

신맛에 강한 엄마와 신맛에 취약한 아빠 사이에 태어난 나는

중간이 아닌 완전 신맛 취약.

아빠보다 더 최최최취약.

 

엄마는 항상 본인의 입맛보다 나와 아빠의 입맛을 먼저 생각해. (출처: 픽사베이)

 

엄마는 그런 아빠와 나 때문에

과일 선택의 폭이 좁아졌고 그러다가 보니

어느새 엄마도 신맛에 약해진 게 아닐까?

엄마는 당신을 위해 고르는 거보다 항상 나랑 아빠를 위해 고르는 게 우선이니까..

엄마에게 엄마가 좋아하는 과일을 

성인이 된 딸이 먼저 알아서 사드리면 좋을 텐데..

 

나란 사람은

참으로 한없이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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