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엄마에게 부치는 예순다섯 번째 편지 - 방앗간 -

엄마에게 부치는 편지

by 푸른안개숲 2024. 3. 5. 21:30

본문

엄마.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가겠냐는 속담이 있듯이

엄마의 방앗간은 바로 그릇 코너잖아 ㅎㅎㅎ

 

어디를 가든 

엄마가 들르는 곳은 바로 그릇이 놓여 있는 곳!

 

아기자기한 그릇들. (출처: 픽사베이)

 

이제 안 사, 이제 안 사.

 

그렇게 말하면서도 엄마의 눈은 연신 그릇을 바라보고 있어 ㅎㅎ

그리고 손은 요리조리 만져 보고 있고 ㅎㅎ

 

어쩜 이렇게 사랑스럽지? ♡.♡

 

용도에 따라 다양한 그릇들은 엄마의 보물. (출처: 픽사베이)

 

예전에는 엄마랑 그릇 매장에도 자주 갔던 게 생각나.

몇 곳의 단골 큰 매장을 시기별로 가서

둘러보며 이것저것 구경하고 

마음에 드는 것은 사고

팸플릿 보고 없으면 주문하고

그래서 들어오면 다시 방문해서 사고.

 

엄마의 즐거움,

엄마의 방앗간.

 

여행을 가면 절대 놓치지 않는 코스겠지? (출처: 픽사베이)

 

그런데 그것이 점점 줄더라고.

 

엄마가 이야기한 대로 

이제 안 산다는 이야긴 사실이었어.

 

정말 사지는 않아.

진짜로 보기만 할 뿐이야.

예전에는 꼭 샀는데 어느새 안 사더라고.

그것도 마음이 아파..

참는 것 같아서..

 

당신의 행복, 만족보다는

나를 생각하고 아빠를 생각하고

그러면서 엄마의 행복과 만족이 후순위로 점점점.. 점점점.. 

 

그렇게 해서 점점 사지 않았어.

그렇더라도 그래도 놓칠 수 없는 게 구경이라고

엄마는 그래도 그릇 코너를 스쳐지나지 않아.

 

예쁜 것보다 실용적인 것을

엄마를 위한 것보다는 가족을 위한 것을.

 

그렇게 점점 엄마의 소비는 바뀌어 갔어.

 

엄마의 행복은 나의 행복이라고 했지만, 나의 행복은 엄마의 행복이야. (출처: 픽사베이)

 

누군가는

당연하다고 하겠지?

누군가는

엄마들은 다 그렇다고 하겠지?

누군가는

엄마만 아니라 아빠도 그렇다고 하겠지?

누군가는

부모만 그런 게 아니라 자식도 그렇다고 하겠지?

 

그런데 말이야, 엄마.

난 그 '누군가'는 상관없어.

그저 내가 가장 사랑하는 엄마가 

그렇게 변해가는 게 마음이 아파.

안쓰럽고 안쓰럽고 안쓰러워..

짠해..

미안해..

죄송해..

난 그래..

관련글 더보기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