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엄마는
내가 대학 수학 능력 시험을 보는 때에
나에게 조그마한 투명 비닐을 줬어.
그 비닐 안에는 깨끗한 천에 쌓여 있는 무언가가 있었지.
엄마에게 무어냐고 물어보니
엄마는 부적이라며 나에게 가지고 가라고 했어.
그래서 알았다고 하고 가지고 갔지.
시험이 끝나고 집에 와서 엄마에게 받은 부적을 돌려주며 난 물었잖아.
이게 뭐냐고.
그러자 엄마는 대답을 해 줬어.
엄마와 나를 이어주던 탯줄이라고.
엄마 뱃속에서 엄마와 나를 이어주던 연결고리.
엄마와 나를 하나의 개체로 만들어준 연결고리.
엄마가 나에게 내밀어준 엄마의 에너지.
엄마가 나를 위해 아낌없이 준 엄마의 생명.
엄마는 그 귀한 것을 아주 소중히 보관하였고
내 인생에 중요한 날에 부적이 되기를 바라며 나에게 줬어.
그 귀중한 것을 나는 내가 보관하기 겁나서 엄마에게 돌려주며 말했잖아.
다음에 또 내 인생에 엄마의 부적이 필요할 때 빌려달라고.
그건 내 거라고 생각할 수가 없었어.
그건 엄마가 나에게 준 소중한 것이지만 나만의 것이라고 하기엔
'감히'라는 생각이 들었어.
엄마.
뱃속에서는 탯줄이었지만,
엄마의 뱃속에서 나온 순간은 엄마와 난
영혼의 연결고리가 이어져 있다고 생각해.
끊어지려야 끊어질 수가 없는
예전에도, 지금도, 앞으로도 이어진 영혼의 연결고리..
이번 생애에서 끝이 아니야..
다음 생애에서도 찾을게.
내가 꼭 엄마 찾을게.
엄마를 만나러 갈게.
엄마를 안아주러 갈게.
다음 생애에는 내가 엄마의 엄마가 돼서
엄마에게 받은 이 넘치는 사랑을 감히 흉내도 내지 못하겠지만
내가 줄 수 있는 모든 사랑을 줄게.
그러니까 엄마,
날 기다려 줘.
내가 꼭 엄마 찾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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