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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에게 부치는 이백예순두 번째 편지 - 고기 파티 -

엄마에게 부치는 편지

by 푸른안개숲 2024. 9. 17. 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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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고기를 좋아하는 날 위해 

엄마는 내가 오면 항상 고기를 구워주잖아.

 

돼지고기가 불판 위에 지글지글 익으면

얼른얼른 식탁으로 옮겨다가 나를 먹여.

 

'고기 파티'라고 하지만

실은 '날 위한 고기 파티'지.

 

항상 날 위한 엄마의 별미. (출처: 픽사베이)

 

왜냐면 

엄마는 육식을 잘 안 하잖아.

고기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데 

내가 좋아하니 굽는 거.

그리고 조금 거들며 먹는 거.

아빠는 체질적으로 돼지고기는 못 먹고

소고기만 먹을 수 있어서 돼지고기 옆에 조그마하게 굽히고 있지.

아주 적은 지분으로 지글지글.

왜냐면 난 또 소고기는 그다지 좋아하지 않으니까.

그리고 아빠도 많이 먹지 않으니까.

 

우리 집에서 대식가는 나 혼자잖아 ㅎ

그래서 결국 그 많은 돼지고기는 내 입에 다 들어가.

굽느라 바쁜 엄마

먹느라 바쁜 나

 

참으로 내 손은 뻔뻔하다.

참으로 내 입은 염치없다.

 

어쩜 그렇게 받아먹기만 할까..

 

여전히 이 수준인 나. (출처: 픽사베이)

 

나 스스로도 나를 바라봐도 이렇게 뻔뻔하고 염치없는데

어떻게 엄마는 한 번도 그런 내색을 하지 않을 수가 있어?

아니, 엄마는 그런 마음을 1도 가지지 않지, 우리 엄마는.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 어떻게 그런 마음도 안 가질 수가 있어?

 

그래서 더 미안해.

엄마를 위해 난 아무것도 한 게 없어서.

그런데도 내가 뻔뻔하고 염치없어서 그래서 미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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