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고기를 좋아하는 날 위해
엄마는 내가 오면 항상 고기를 구워주잖아.
돼지고기가 불판 위에 지글지글 익으면
얼른얼른 식탁으로 옮겨다가 나를 먹여.
'고기 파티'라고 하지만
실은 '날 위한 고기 파티'지.
왜냐면
엄마는 육식을 잘 안 하잖아.
고기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데
내가 좋아하니 굽는 거.
그리고 조금 거들며 먹는 거.
아빠는 체질적으로 돼지고기는 못 먹고
소고기만 먹을 수 있어서 돼지고기 옆에 조그마하게 굽히고 있지.
아주 적은 지분으로 지글지글.
왜냐면 난 또 소고기는 그다지 좋아하지 않으니까.
그리고 아빠도 많이 먹지 않으니까.
우리 집에서 대식가는 나 혼자잖아 ㅎ
그래서 결국 그 많은 돼지고기는 내 입에 다 들어가.
굽느라 바쁜 엄마
먹느라 바쁜 나
참으로 내 손은 뻔뻔하다.
참으로 내 입은 염치없다.
어쩜 그렇게 받아먹기만 할까..
나 스스로도 나를 바라봐도 이렇게 뻔뻔하고 염치없는데
어떻게 엄마는 한 번도 그런 내색을 하지 않을 수가 있어?
아니, 엄마는 그런 마음을 1도 가지지 않지, 우리 엄마는.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 어떻게 그런 마음도 안 가질 수가 있어?
그래서 더 미안해.
엄마를 위해 난 아무것도 한 게 없어서.
그런데도 내가 뻔뻔하고 염치없어서 그래서 미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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