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어릴 때, 한 초등학생 때였나?
내가 어디서 본 걸까?
엄마에게 파충류 박람회에 가자고 했잖아.
엄마는 그러자고 하며 내 손을 잡고 파충류 박람회에 갔어.
문제는 엄마는 파충류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거였지.
게다가 박람회에 들어가자마자 파충류 특유의 비릿한 냄새.
엄마는 후각도 예민하고 비위도 약하다는 거.
신기한 나는 이곳저곳 둘러보았고
엄마는 내 손을 꼭 잡았어.
내가 충분히 구경을 할 동안 엄마는 아무 말 없이 함께 해 주었잖아.
이후 몇 년이 지나고서야 엄마는 말했어.
그때 냄새 때문에 너무 어지러웠다고.
엄마의 몸 상태보다
엄마의 취향보다
나의 기분을 위해 참아준 엄마.
그런 게 얼마나 많을까.
말하지 않은 게 얼마나 많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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